[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쇄국정책으로 만리장성의 벽이 높아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는 삼성과 애플조차 악전고투하는 양상이다. 반면 레노버, 화웨이 등 토종 기업들은 든든한 내수를 기반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30% 비중에 그쳤던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무려 70%까지 치솟았다. 이에 삼성전자, 애플을 제외한 대다수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는 '외산폰의 무덤'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4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총 3억대에 이르는 스마트폰이 출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전체 출하량이 4억대 규모로 예상된다. 오는 2016년에는 두 배 수준인 8억대까지 팽창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확대와 함께 주요 제조사 간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노키아는 2011년 24%에 달했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삼성전자는 19%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으나 2011년 21%에서 약 2%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사 국가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자료=디스플레이서치)
반면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들은 파죽지세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는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레노버는 올해 모토로라 인수 효과 없이도 총 6500만대 수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레노버가 목표를 달성할 경우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는 3%포인트 이내로 좁혀진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상황이 더 여의치 않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기업 중 삼성과 애플을 제외한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이거나 제품 출시에 난항을 겪고 있다.
LG전자, HTC, 소니 등 후발 주자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유통망과 마케팅을 쥐고 있는 현지 이동통신사의 쇄국정책 때문이다.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유력 통신사들은 외산 제조사들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판매마진을 요구하면서 제품을 출시해도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도 문제다. 고가 프리미엄 라인업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굳건하게 위상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후발 업체들이 공략해야 할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부품·완제품 수급체계가 현지화된 중국 내수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철저하게 열세에 놓여 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만리장성에 대한 공략이 실패하면서 글로벌 시장 3위라는 지위를 놓게 됐다.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에서는 삼성과 애플의 벽이 여전히 공고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라인업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의 반격에 부딪히면서 이른바 '샌드위치' 형국이 됐다. 수익을 버려가면서까지 마켓셰어(MS)를 노리는 전략이 일대 기로엔 선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자회사인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구글과 레노버의 파트너십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 2011년 넥서스S를 시작으로 구글의 레퍼런스 제품을 생산해온 삼성과 LG의 역할을 레노버나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맡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국 제조사들의 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 내 IT, 전기전자 관련 에코시스템이 점점 해외 업체들에 불리해지는 인상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LCD 기술력 확보를 위해 한국, 일본 업체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한 뒤 나중에 관세를 인상하는 등의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스마트폰 시장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