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관객돌파 '겨울왕국'..흥행열풍 이유는

입력 : 2014-02-04 오후 4:38:23
◇'겨울왕국' 포스터 (사진제공=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3일까지 62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은 국내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화 흥행 성적으로만 보면 역대 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개봉 이래 박스오피스 정상을 놓치지 않았던 '겨울왕국'은 국내 영화 '수상한 그녀'의 거센 도전에 잠시 주춤했으나 여전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설 연휴 동안만 무려 200만명을 웃도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이렇듯 '겨울 왕국'은 '수상한 그녀'를 제외한 한국 영화들을 얼려버리면서 흥행질주를 하고 있다. 작품 뿐만 아니라 OST와 캐릭터 인형, 유튜브 영상을 통한 각종 패러디 등 각 분야에서 화제를 몰고 왔다. '겨울왕국'의 인기 비결을 짚어봤다.
 
◇공주의 변신은 무죄..독립적인 여성상 부각
 
이 영화는 강력한 마법을 가진 공주 엘사, 그리고 마법 때문에 꽁꽁 언 왕국을 뛰쳐나간 언니를 찾아 떠나는 동생 안나의 모험이야기를 담고 있다.
 
엘사와 안나 자매는 역대 디즈니 작품의 여주인공 중 가장 혁신적으로 진화한 캐릭터라는 평가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자신의 능력을 원망하기보다 이를 받아들여 새로운 왕국을 만들어가려는 엘사와, 끝까지 언니를 왕국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노력하는 안나는 여성의 독립성을 중시하고 있는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영화 중·후반 관객들은 얼음을 녹이기 위해 '사랑'이 필요하다는 영화 속 설정을 보고 남자 주인공과의 키스를 연상하지만, 이야기는 남자 주인공과의 키스 대신 언니 엘사를 위해 스스로 얼음인간이 되는 안나를 그린다. 예상에서 벗어난 전개는 관객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결국 엘사와 안나는 남자주인공과의 키스가 아닌 자매애를 통해 얼음을 녹인다.
 
이는 그간 백마 탄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식의 서사로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디즈니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을 듣는 대목이다.
 
◇'겨울왕국' 스틸컷 (사진제공=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Let It Go' 가슴을 울리는 OST
 
엘사가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를 부르면서 얼음계단과 얼음성을 쌓는 부분은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이야기의 내용과 상황, 노래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렛 잇 고'는 각종 음원사이트의 1위를 차지하면서 영화 못지 않는 인기를 얻고 있다.
 
'렛 잇 고' 뿐 아니라 '두 유 원트 투 빌드 어 스노우맨(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러브 이즈 언 오픈 도어(Love Is An Open Door)' 등 다른 OST 수록곡 역시 음원 차트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렇듯 관객의 심금를 울리는 OST는 '겨울왕국' 열풍의 1등공신이다. "'겨울왕국'은 OST를 듣는 맛으로 본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겨울왕국'의 OST는 내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를 만큼 음악성도 인정받았다.
 
◇치밀했던 한국 개봉 전략
 
통상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다. 한국시장이 관객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유리한 한편, 불법 다운로드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겨울왕국'을 개봉하고 두 달 여 뒤 한국에서 개봉했다. 더빙에 심혈을 기울였고, '변호인'을 비롯해 '용의자', '집으로 가는 길' 등 12월 한국영화 대작들과 대결을 피한 것도 하나의 전략이었다.
 
전략은 적중했고,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가운데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막과 더빙 버전, 3D 버전을 비교하며 반복 관람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화려한 영상미와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어우러져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겨울왕국'은 30~40대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겨울왕국'이 앞으로 얼마나 흥행열기를 이어갈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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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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