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사기대출사건)은행 피해 없다지만..여신심사 문제 심각

입력 : 2014-02-06 오후 4:24:35
(사진출처=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이종용·김민성기자] KT(030200)의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금융권에서 2000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뒤 잠적했다.
 
금융당국이 검사과정에서 적발하기 전 금융사에서는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여신심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또 부당대출 금액의 회수가 어려울 경우 제2금융권 금융사의 건전성 훼손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감원 적발, 은행은 전혀 몰라
 
KT 자회사 직원의 2000억원대 대출사기는 지난 3일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금감원이 BS저축은행 검사 과정에서 KT ENS를 상대로 과도한 대출이 나간 것에 의구심을 품고 조사에 들어갔다. 미비 서류를 보완할 것을 지시하자 사기행위가 들통날 것을 직감한 김모 부장은 잠적해버렸다.
 
KT ENS는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해왔다. 하청업체들로부터 납품받은 물품을 담보로 외상매출담보채권을 발행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구조다.
 
김 부장은 인감 위변조 등을 통해 KT ENS의 명의를 도용해 납입될 상품판매 대금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은행과 제2금융권으로부터 2000억원대의 대금을 미리 지급받았고, 가짜 계좌를 만들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이 입금되는 동시에 자금을 빼냈다.
 
금감원은 김 부장이 지난 4일 잠적한 것을 확인하고 KT ENS에 대한 대출이 사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해당 금융기관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 5일 조사에 착수했다.
 
◇하나·농협·국민銀 "절차상 문제없는 대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 직원이 가로챈 대출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관련 대출은 하나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여러 곳에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의 대출규모가 1000억원 가량으로 가장 많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제 정상적으로 취급된 대출과 문제 직원이 유용한 대출이 섞여있는 것 같다"며 "현재 상황을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2년 5월 500억의 대출약정이 돼 있었고, 현재 남아있는 채권은 296억원 가량"이라며 "대출취급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으며 정상적으로 상환이 안될 경우 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번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물려있는 대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업체의 경우 피해 정도를 파악 중이다.
 
은행들은 대출취급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KT ENS와의 협약에 따라 손실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T 자회사 직원이 채권신탁은행인 농협은행의 돈을 빼나간 횡령사건"이라며 금융사 부당대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검사과정에서 서류 등 미비점이 발견된 만큼 같은 대출을 승인해준 은행들을 대상으로도 여신심사 과정에서 허점이 없었는지 들여다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과정에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에 대한 미비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은행권도 들여다 봐야 한다"며 "위법 행위자가 발견되면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 이번 대출사기 사태에 대한 발생경위, 진행상황 등에 대한 긴급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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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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