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일본 스크린에서의 경쟁력은?

스타성과 적응력에서 합격점..한정된 배역에선 벗어나야

입력 : 2014-02-10 오후 3:47:28
◇일본 영화 '연애 징크스'에 출연한 티아라 효민. (사진=프리비젼)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티아라의 효민이 오는 13일 국내 개봉 예정인 일본 영화 '연애 징크스'를 통해 일본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연애 징크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일본으로 단기 유학을 떠난 지호(효민)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내 여성 가수가 일본 영화의 주연을 맡은 것은 효민이 처음이다.
 
아이돌 스타들이 일본 시장에서 콘서트, TV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을 통해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 영화계 진출은 아직 활발하진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일본 영화계에서 국내 아이돌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효민은 연애 징크스를 연출한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과 함께 10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효민이 '연애 징크스'에 캐스팅된 이유와 효민의 일본 영화 촬영 소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효민의 케이스를 통해 국내 아이돌의 일본 스크린 진출 가능성을 가늠해 봤다.
 
◇스타성과 상품성에서 인정 받아
 
국내의 인기 아이돌들은 일본 현지에서도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을 캐스팅하는 일본 영화계의 입장에서도 이들의 티켓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아시아 각지에서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의 경우엔 국내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이 흥행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국내 아이돌 스타들이 다양한 연예 활동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것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아이돌들은 데뷔 전부터 음악 수업과 함께 연기 수업을 병행한다. 드라마, 영화 출연 경험이 있는 아이돌들도 많다. 효민 역시 드라마 ‘계백’, ‘천 번째 남자’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 경험을 쌓아왔다.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은 효민을 주연 배우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효민이 일단 너무 예뻤다”며 웃어 보인 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역할은 연기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다. 효민은 한국에서도 연기 분야에서 활동을 했다. 관련된 영상을 다 봤고, 직접 만나서 연기하는 것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캐스팅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언어-문화에 대한 적응력도 합격점
 
타지에서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국내 아이돌들은 가수로서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일본팬들과 현지 스태프들을 만났고, 유창하진 않더라도 일상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일본어 실력을 갖춘 아이돌이 많다.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영화에서 일본어 대사를 소화한 효민은 “티아라가 일본에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를 꾸준히 조금씩 공부하고 있었다”며 “촬영 현장에 매니저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이 저 혼자여서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감독님과 배우들도 한국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저를 잘 배려해줘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촬영 현장의 분위기도 한국과 일본이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하는 방식이나 촬영장 분위기 같은 경우는 거의 비슷했던 거 같다”며 “한국에선 조금 더 빠르고 분주하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인데 일본은 조용하고 엄숙한 부분은 있었다”고 전했다.
 
◇한정된 배역에서 벗어나야
 
국내 아이돌들의 실력과 경험 등을 따져보면 충분히 일본 스크린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하지만 한 영화 관계자는 “단순히 한두 번 일본 영화에 출연한다고 해서 본격적인 진출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한두 번의 출연 기회를 얻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얼마나 꾸준히 현지에서 활약을 펼치면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영화에 단순히 얼굴을 비추는 것과 영화 배우로서 자리를 잡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사실 국내에서도 영화계의 벽은 높다. 드라마에 종종 출연하는 아이돌들도 영화에서 주연급 배역을 맡기는 쉽지 않다. 매체 특성과 요구되는 연기의 차이 때문이다.
 
일본 영화계에서 배우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선 현지 배우들과 적어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효민은 ‘연애 징크스’에서 한국인 유학생 역할을 연기했다. 한국 출신 아이돌이라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에 맡을 수 있었던 역할이었다. 역할의 특성상 조금은 어색한 일본어 연기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의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역할은 계속해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결국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외국어로 연기를 하는 경우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간 내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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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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