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양도소득세 수십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50)와 처남 이창석씨(63)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김종호)는 27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특가법상 조세)로 기소된 재용씨와 이씨에게 각각 징역 3년에 벌금 40억원, 징역 2년6월에 벌금 40억원을 선고하고 그 형을 4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를 포탈하는 것은 국가 조세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범죄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또 "임야를 소유했던 이씨의 아버지가 임목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온 것은 인정돼지만 거래 목적, 계약서 기재내용, 임목 가치평가 여부 등 사정을 종합하면 검찰이 축소 변경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피엔지니어링에 임야를 445억에 일괄 매도하면서 임야를 임목과 분리해서 매도했다고 기재한 2차 계약서 내용은 허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경우의 수를 나눠 예상 세액을 산출하고, 객관적 가치평가 없이 임의로 임목비를 평가하는 등의 행위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은 자신의 행위가 부정하다는 것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법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던 피고인들이 주변사람의 조언만 믿고 미필적 고의로 범행에 이른 점, 포탈 세액의 절반 정도인 13억1000만원을 과세관청에 납부하도록 변호인에게 위탁한 점, 피고인들의 재산이 압류돼 강제징수 절차가 가능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선고 후 재용씨는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키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여러번 말했듯이 추징금을 성실하게 납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무기명채권 추적 결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수백억원의 재산이 더 있다고 검찰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로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항소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변호인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재용씨와 이씨는 2006년 12월 경기 오산시 양산동 토지 28필지 등을 445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임야에 있는 나무들에 대해 그 가치를 별도로 산정해 거래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면서도 매매대금 중 120억원을 임목비 명목의 산림소득으로 별도 신고해 이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 27억7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속기소됐던 이씨는 지난해 9월 방어권 보장 등의 이유로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해 한 차례 기각됐다가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재용씨에게 징역 6년에 벌금 50억원을, 이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좌)와 처남 이창석씨(우).ⓒ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