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김승연 한화 회장..집행유예 배경은?

"배임액 다시 산정하라" 대법 파기환송 후 집행유예 가능성
결심공판일 피해액 1597억원 공탁..검찰도 배임액 감경

입력 : 2014-02-11 오후 6:11:3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수천억원의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다.
 
2012년 8월 1심 법원인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1년 6개월만의 기사회생이다.
 
서울고법 형사합의5부(재판장 김기정)는 11일 특경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과 사회봉사 30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김 회장은 앞서 항소심에서 회사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을 뿐 배임 등의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재판장 윤성원)는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선고형 3년이면 범행동기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았다. 그나마 횡령혐의를 벗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를 두고 재벌사건에 대한 사법 잣대가 엄격해졌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당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 등 재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개중에는 실제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거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뒤집힌 예도 있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지 못한 김 회장도 패색이 짙었다. 지병인 당뇨와 우울증에 호흡곤란까지 겹치면서 건강도 극도로 악화됐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 구속정지집행만 총 세 번에 걸쳐 연기됐다.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침대에 누워 법정에 출석해야 했다.
 
그러나 대법원 상고심에서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해 9월 김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배임액 산정이 잘못됐으므로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김 회장의 혐의 가운데 한화석유화학이 소유한 여수시 부동산을 저가로 매각할 것을 지시한 것을 배임의 유죄로 인정했지만 272억여원의 배임액 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 측은 상당히 고무됐다. 변호인들은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파기환송심에 자신감을 보였다. 배임액이 줄면 그만큼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과 벌금 1천500억원을 구형했다. 1, 2심과 같은 구형이었다.
 
김 회장 측은 같은 날 잠정 피해액 1597억원을 모두 공탁했다. 변호인은 "피해액을 모두 공탁하면서 과오를 만회하고자 노력했다. 피고인인 김 회장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몸을 잔뜩 낮췄다.
 
검찰이 이날 배임액 가운데 34억원을 철회하는 등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관계와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하는 데, 김 회장은 공탁으로 이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한데다가 건강 상태까지 악화된 상태였다.
 
결국 결심공판에서 피해액 전부 보상을 위한 공탁과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통한 배임액 감경이 집행유예 선고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 측은 판결선고 직후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오랜 재판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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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