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앞의 아델리 펭귄.(사진제공=현대건설)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현대건설(000720)이 인류의 미래생존을 위한 극지연구소인 '장보고 과학기지'를 준공했다. 1988년 대한민국 최초 남극 연구기지인 '세종과학기지'를 완공한지 26년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 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설기지를 보유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 극한의 자연 환경이 지배하는 남극을 탐구할 새로운 전진 기지 조성에 현대건설의 노력과 기술력이 함께 했다.
도전의 첫발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극지 건설 초반, 현대건설은 남극으로 출항 5개월 전부터 건설에 필요한 자재·장비부터 식자재, 심지어 면봉·이쑤시개 등 각종 생활용품을 실은 컨테이너 20대 이상을 준비했다.
하지만 하역작업부터 난관이었다. 두께 2m의 해빙 위에 100톤 크레인을 내려놓고 1.2km를 횡단하며 언제 녹을지 모르는 해빙위에서 가능한 많은 자재를 내려 놓기 위해 24시간 2교대로 2주간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 했다.
건설현장도 순탄하지 못했다. 남극의 매서운 바람과 추위, 변화무쌍한 환경은 인간에게 쉽게 영역을 허락하지 않았다. 얼어있는 남극대륙의 지반에 기초를 쌓기 위해 생각하지 못한 많은 장비와 시간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현장이라면 하루에 끝날 일들을 일주일 동안 해야 했다. 자고 일어나면 쌓여 있는 눈을 매일 치워가며 얼어있는 장비를 워밍업하고, 고소 작업은 초속 40m이상의 강풍으로 항상 추락위험을 동반했다. 아침이면 얼어있는 안전화를 녹여가며 공사에 임해야 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현장의 문제들을 차츰 해결해 가며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외부와의 단절이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은 공사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통신시설이 갖춰지기 전인 공사 초기, 단절된 환경에서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직원도 생겼다. 작업자들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가족 사진과 동영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 같은 어려움을 뒤로 하고 현대건설은 지난 12일 세종과학기지에 이어 극지연구의 새로운 전초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 공사를 마무리 했다.
이제혁 남극 장보고기지 건설현장 과장은 "건설초기에 남극에 왜 펭귄만 살고 사람이 못사는지 절실히 느꼈다"며 "대한민국 극지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장보고기지 건설은 빙하도 막을 수 없는 현대건설의 도전정신이 반영된 의미 있는 현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