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프랜차이즈 창업을 한 분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맹점은 '본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겠지'입니다."
이황희(60세,
사진) 전 뚜레쥬르 지점 대표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앞둔 시니어들에게 본사 의존적인 경영마인드부터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도 이제 어엿한 CEO"
시니어들이 퇴직 이후에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다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선택지는 '독립창업'이냐 '프랜차이즈창업'이냐다.
특별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없는 이상 손쉽고, 누구나 알기 쉬운 프랜차이즈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상권분석부터 인테리어, 상품개발, 직원교육까지 다 해줘서 편리하고 독립창업 대비 안정적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아서 척척 해주던 김대리는 가게가 문을 연 뒤부터는 내 가게가 아닌 본사 사람이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우아한 사장님이 되고 싶어서 창업을 한게 아니라면 개업한 뒤 이른바 '김대리'부터 잊어야 합니다. 나도 이제 어엿한 최고경영자(CEO) 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옷 입어야"
프랜차이즈 창업을 한 이상 본사의 경영방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제약이 따르긴 하지만, 최대한 자기 매장만의 살리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기본적인 빵의 진열은 동일하지만 자기 점포만의 메뉴를 개발해 판매하거나, 부수적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예컨대 어버이날이 되면 점포 앞에 꽃을 가져다 파는 식이다.
"본사가 하라는대로 하면 실패율이 낮겠지만 성공률도 떨어집니다. 동네마다 손님들의 특성이 있고, 그건 본사보다 내가 더 잘 알죠."
성공적인 시니어 창업 사례를 발굴하는 신청년 창업코너에서 왜 현재가 아닌 과거형의 대표를 택했을까.
이 전 대표는 삼성그룹으로 입사,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겨 23년간 근무한 뒤 49세에 퇴직했다. 퇴직 후 몸담았던 회사의 프랜차이즈 빵집 뚜레쥬르를 창업해 2년간 운영했다.
창업은 성공적이었다. 매월 7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365일 가게에 매여있어야 했고, 좋아하는 모임도 사회관계도 하나씩 끊어져갔다. 매장 반경 500미터 안에서만 생활하는 생활이 갑갑했다.
◇"적성과 인맥이 경력보다 중요"
"빵집은 새벽 6시부터 11시 넘어까지 영업합니다. 기본 영업시간은 있지만 빵이 떨어질 때까지 문을 열어야 해요. 주말은 커녕 명절도 쉴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 만나기 좋아하는 제가 점점 사회와 단절되자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를 받았죠."
그는 퇴직 이후 1주일 만에 창업을 결심하고 4개월 만에 가게 문을 열었다. 내가 몸담았던 곳이고 흐름을 잘 안다고 생각해 너무 쉽게 창업을 결정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적성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은퇴 이후 행복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은퇴를 하게 되면 이성지수 떨어지고 감성적이게 됩니다. 조바심을 내면 안됩니다. 과거 경력보다 중요한 건 내 적성과 인맥입니다. 창업은 겉에서 보는 것과 달라요. 내가 창업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2년 만에 가게를 접은 그는 자신의 과거 경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재취업했고, 프랜차이즈 창업을 원하는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조언을 해주는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제 경험을 토대로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