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뒤집기)투자자는 창업자 성공스토리를 좋아한다

입력 : 2014-02-15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현재 당신은 수중에 10만원이 있습니다. 헌데 내일 당장 30만원을 쓸 일이 생겼죠. 다행스러운 것은 다음달 100만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20만원을 어떻게 메울까요? 간단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사정을 잘 설명하고 돈을 빌리면 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신용이죠. 사람들은 당신의 과거 거래실적을 기준으로 ‘떼먹을 사람’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금융회사들은 좀 더 전문적입니다. 신용등급을 체계화하고, 이에 따라 빌려줄 수 있는 돈의 액수에 달리 합니다.
 
벤처투자도 이와 비슷합니다. 지분매입은 일반적인 채권·채무관계와 다르지만 남의 돈을 쓴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벤처투자자는 돈을 잃지 않기 위해 의심의 눈빛으로 투자제안을 한 기업의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창업자의 신용상태입니다. 과연 사업을 실행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보는 것이죠. 아직 서비스가 나오지 않아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스타트업 기업일수록 강도 높은 검증을 받습니다.
 
만약 그가 지금까지 일궈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면 리스크가 무척 클 테니 투자를 꺼려할 것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업계에 일하면서 어느 정도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았다면 의심의 눈빛은 호의적인 눈빛으로 바뀔 것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성공경험이나 개인 브랜드가 있다면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것입니다.
 
예컨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의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는 역사가 짧은 회사지만 대규모 외부자본을 유치한 바 있습니다.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등 복수 벤처캐피탈로부터 두 차례 걸쳐 265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들여오는 데 성공했죠.
 
이는 블루홀스튜디오 창업자 장병규씨의 명성 덕분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는 게임업체 네오위즈와 검색업체 첫눈의 창업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네오위즈는 현재 굴지의 게임사가 됐고, 첫눈은 네이버에 350억원으로 매각된 바 있죠.
 
그래서 업계에서는 “장병규가 손을 데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실제 테라는 2011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으며 지금도 순위 상위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많은 스타트업 기업은 내일 당장의 자본잠식을 걱정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개 창업자 경력이 부실해 시장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투자자는 창업자 성공스토리를 좋아합니다. 만약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패기와 열정도 좋지만 작더라도 성공스토리를 쌓는 것이 어떨까요?
 
여담으로 예외사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경력이 부실한 청년창업가나 이종산업 종사자들은 투자받는 길이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IR활동을 벌이고, 사업성과와 시장성을 지표로 증명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티켓몬스터가 그 경우입니다. 신현성 대표를 포함한 창업멤버는 어린 나이와 국내 IT업계에서 제한된 경험을 갖고 있었지만 수백억원의 투자유치와 두 차례의 매각을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첫 투자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투자사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매우 치열했다고 하더군요.
 
◇ 블루홀스튜디오 '테라' (사진제공=NHN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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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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