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호들)⑥용인술의 귀재, 메이디그룹 창업자 '허샹젠'

입력 : 2014-02-17 오전 10:00:00
◇허샹젠 메이디그룹 창업자(사진=바이두백과)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역사적으로 최고의 상술을 자랑했던 세계 상인에는 '베니스 상인', '아라비아 상인' 그리고 중국 '송나라 상인' 등을 꼽을 수 있죠.
 
이 중 중국 송나라 상인은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대물림을 하지 않고 상단에서 가장 능력 있는 상인에게 경영을 맡기기도 했는데요. 현대 중국에도 이런 송상의 도제 정신을 추구한 기업가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 최대 가전제품 회사 메이디(美的)그룹의 허샹젠(何享健) 창업자입니다.
 
메이디는 지난 1968년 허샹젠이 지역 주민 23명과 함께 5000위안(약 87만원)을 모아 세운 플라스틱 생산 기업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 농촌 향진기업(촌민들이 관리하던 소기업)에 불과했던 것이죠.
 
허샹젠은 이 소규모 공동체 기업을 오늘날 중국 10대 민영 기업으로 일궈내는 기염을 토해 가전 시장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1993년에는 메이디를 향진기업으로서 최초로 선전거래소에 상장시켜 적극적으로 자산을 불려나갔는데요. 지난해 10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중국 부자 순위에서 68억달러의 자산으로 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허샹젠이 중국 부호 톱10에 등극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독특한 기업가 정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재 경영'을 고집하던 그는 결국 과거 송상처럼 자신이 일군 회사를 2세가 아닌 평사원 출신인 팡훙보(方洪波) 부회장에게 물려줬는데요. 이 같은 파격적인 행보는 중국의 전문 경영인 시대를 활짝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각계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막대한 수입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유용한 인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이러한 경영 철학을 고수해서일까요? 허샹젠이 메이디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중국에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실제로 계열사 사장들의 몸 값은 최소 1000만위안 정도이며, 사업부 임원들의 임금도 100만위안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한 그는 제품 연구, 구매, 생산, 판매와 재정 등 많은 권한을 사업부 사장들에게 넘겨주며 전문 경영인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여줬는데요. 이는 미국식 경영 기법을 몸소 실천한 것으로, 회장이 독단적으로 회사를 주무르는 것이 보편화된 중국 사회에서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신 그는 외부적으로는 중국만의 독특한 권력 구조에 잘 적응해 나갔습니다.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한 중국에서 정부의 입지를 결코 무시하지 않은 것인데요.
 
실제로 그는 "중국 기업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에도 정부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발 빠른 변화 모색도 허샹젠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기업이 변화해야 할 시점을 반드시 파악하자'는 것이 그의 또 다른 경영 철학인데요. 시장 상황에 대한 빠른 판단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렸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당시 에어컨 분야에서 업계 1위를 자랑했던 메이디는 지난 2004년에 본격적으로 세탁기 시장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후발주자가 이미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하이얼'을 따라잡기는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따라서 허샹젠은 당시 세탁기 업계 2위 샤오톈어와 3위의 롱스다를 인수한 후 가격 파괴 전략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메이디의 연매출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1000억위안을 넘어섰고, 2015년에 2000억위안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메이디의 기세는 심지어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에도 쉽사리 꺾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국의 많은 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었지만, 메이디의 순익은 꾸준히 단계적으로 성장해나갔습니다. 2008년 17억위안이었던 순익이 1년 만에 27억위안으로 늘어났고, 2010년에는 40억위안을 훌쩍 웃돈 것입니다.
 
하지만 메이디의 화려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허샹젠은 말이 없습니다. 표준어 발음이 좋지 않아 공개석상에 나서는 것을 꺼리기도 하는데다 '적게 말하고 조용히 많이 행동하자'는 것이 그의 삶의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말수가 많은 편이지만 행동은 '만만디'(慢慢地·천천히)한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특성과는 거리가 있는데요.
 
매번 침묵 속에서 과감함을 보여줬던 허샹젠, 무대 밖에서 또 어떤 그만의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윤경 기자
조윤경기자의 다른 뉴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