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른 실업과 기업이익 감소로 대출연체가 늘어나고, 이는 금융부실로 이어져 은행의 대출을 줄인다. 이는 또다시 소비지출과 기업투자 위축을 불러와 실업과 기업이익 감소를 초래한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표되는 경제관련 지표들을 보면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등 '쌍둥이 위기(Twin crises)'가 상호 승화 작용을 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은 7.6%까지 치솟았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말 실업률이 8.8%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25를 기록, 지난달 37.4(수정치)보다 더욱 하락하면서 지수 집계 시작 이후 4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응답의 비율이 47.8%로 1992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고 4분의 1가량은 6개월 내에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은 급등하는 실업률 때문에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심리 악화는 기업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소매업체 타깃은 4분기 순익이 41% 줄었고 메이시스, 오피스디포 등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매출상황도 개선될 수가 없는 상황이며 이는 은행들의 부실인 대출 연체로 이어진다.
전날 연준이 내놓은 데이터를 보면 작년 4.4분기 모든 은행의 대출 연체비율(계절조정치)은 4.6%로 전분기 3.7%보다 급격히 상승하면서 199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주거용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율은 전분기 5.2%에서 6.3%로 상승했고 신용카드 대금 연체도 4.8%에서 5.6%로 상승했다.
이런 연체 증가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져 은행들의 부실을 키우고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상황에서 보듯 미국 은행들은 부실확대로 인해 생사가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의 이런 상황이 또다시 대출 축소를 불러와 가계와 기업의 소비, 투자위축을 초래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모두 초래한 주범으로 꼽히는 주택시장도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문은 특히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비롯한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더욱 커지기만 했을 뿐, 악순환을 막는 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위원회의 데이비드 블리처 위원장은 "지표상으로는 경기회복(턴어라운드)의 재원을 찾아보기가 아주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