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관련해 검찰의 위조 중국 공문서 제출과 관련한 국회 현안보고에서 준비소홀과 '모르쇠' 태도로 야당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1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현안보고는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외교문서 관련된 국민적 관심이 높기 때문에 외교부 업무보고만 듣고 나머지는 서면보고를 듣고 바로 현안질의로 가자"는 제안에 따라 진행됐다.
그러나 정작 윤 장관의 현안보고에서는 중국 문서 조작과 관련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윤 장관은 현안질의 초반 "주선양총영사관이 중국 화룡시 공안국으로부터 입수한 문서는 사실확인서 1건"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줬으나 이후 이어진 질문에는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주선양총영사관이 발급받은 문서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사본과 일치하냐'는 질문에는, 수행한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에게 답변을 대신하도록 했다. 답변에 나선 이 대사는 계속되는 질문에 "제가 ‘원본이다 아니다’는 걸 확인드릴 위치가 아니다"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박 의원이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 3건을 모두 외교부 선양총영사관을 통해 정식기록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고, 주한 중국대사관은 이 3건 문서가 모두 위조라며 위조 책임 규명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윤 장관은 "저희가 코멘트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재차 박 의원이 현재 중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부서명인 '출입경관리과'가 위조 문서에 들어있는 것을 거론하며 검찰 제출 문서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윤 장관은 "제가 계속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선양총영사관이 입수한 문건을 해당되는 대검에 전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라고 모르쇠 입장을 고수했다.
윤 장관은 또 "현재까지의 사안은 성격상 사법절차"라며 "통상 사법절차에 외교본부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중국에서 이 문제를 외교적 문제로 본다는 것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인재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사법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를 전제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윤 장관의 계속되는 원론적 답변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벌써 2, 3일째 논란 중인데 장관과 외교부가 내용 파악을 하나도 안 하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홍 의원의 "(사건이 불거진 후) 선양 총영사와 통화는 했느냐"는 질의에도 "통화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이유를 "통상 이런 것은 총영사가 관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재권 민주당 의원이 '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가 이 사안을 총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질의했지만, 윤 장관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는 좀 더 파악해봐야겠다"고 답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News1
윤 장관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 이같은 모습을 반복한 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접견을 위해서 자리를 떴다. 이는 전날 외통위 여야 간사 합의사항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윤 장관을 대신해 답변에 나선 조태열 2차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차관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외교부가 증거조작 문서가 제출된 것에 대해 자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 할 것이다. 외교부가 나설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총영사관이 관련됐다면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한국 사법운영을 파괴한 중대범죄다. 외교부 차원에서 확인해야할 것 아닌가'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검찰청이나 주한중국대사관의 요청이 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을 되풀이했다. 박 의원은 조 차관의 이 같은 답변에 "(그걸) 답변이라고 하나"며 "질문 그만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 차관은 새누리당 소속의 안홍준 위원장이 ‘이 사건이 어떻게 된 건지 총영사관과 연관된 건지 비공개라도 확인해봐야 할 거 아닌가’고 질타한 후에야 “위조 여부 말고 절차는 우리가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이같은 장관과 차관의 답변 태도와 관련해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비밀 차관회의에서 외교부는 모르쇠로 가자고 방향을 정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