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틈새' 드러내는 '스트레스 테스트'

전체 자산vs보통주 중심..은행 자본 평가 방법 논란

입력 : 2009-02-26 오전 9:04:0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미 금융권의 장부를 샅샅이 뒤져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드디어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정부가 금융권을 지원하는 데 수십억의 세금을 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불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금융권에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일축, 사실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 은행들은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이 자금이 투자자들이 은행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금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은행 자본 평가..전체 자산vs보통주 중심
 
은행 자본을 구성하는 것과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지난 수년동안 학계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돼 왔다. 하지만 연방 정부가 25일부터 20개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이들이 어떻게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견딜 수 있을 지를 결정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함에 따라 이 문제는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의 투자자들과 은행들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가령 올해 국유화 논란으로 주가가 폭락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같은 대형 은행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관료들의 경우, 이들에 대한 소유권을 늘리는 쪽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스템이 이렇게까지 악화되기 전에는 투자자들은 보통주와 우선주, 부채 자본 등을 모두 합쳐 구성된, 이른바 기본자본비율(Tier 1)을 기준으로 은행 자본을 평가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보통주로만 구성되는 유형자기자본을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은행주들의 위험을 측정하기에 더 쉽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결국 이 두가지 측정 방식의 차이는 월가와 워싱턴의 양심에 두 가지 질문이 떠오르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은행들은 건전한가?" 그리고 "은행주가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인가?"
 
◇미 금융시스템 안전성, 도마 위에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사장인 셰일라 베어는 앞서 24일 "모든 대형 은행들이 자본 기준을 초과하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 금융권의 안전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정부의 자금 보유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화요일 정부와 비공개로 세번째 구제금융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씨티그룹 지분의 8% 이하를 갖고 있는 정부는 앞으로 지분을 30~40%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늘 발표될 정부와 씨티그룹간 거래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보통주' 이슈를 토대로 하고 있다.
 
BoA의 케네스 르위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월요일 자사가 보통주를 포함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르위스는 "BoA에 더 이상의 지원은 필요치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당국자들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은행에 추후 얼마나 많은 추가 자금이 필요할 지 가늠하느라 애쓰고 있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고 실업이 늘어날 경우 은행 손실은 늘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기관들은 신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아마도 이는 대부분 정부로부터 조달될 것이다.
 
한편 연방정부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세부안이 아직 불충분하긴 하지만 이번 테스트가 실업률이 10~12%까지 치솟고 주택가격이 추가 20% 하락할 경우에 은행들이 이를 대처할 능력이 있는 지를 판가름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탠포드 번스타인 앤드 컴퍼니의 애널리스트인 존 맥도날드는 정부의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를 군대가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전장에서 잠시 후퇴하는 것에 비유하며 "어떤 보강책이든 전쟁에서 이길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주들을 "전장의 선두에 서서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 사람"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이어 맥도날드는 "만약 미 금융시스템이 허약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신뢰가 또 한 번 손상 될 수 있다"면서도 "주가는 전방위로 퍼진 위기를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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