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주택문제가 일어났을 때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공급 조절입니다. 공급이 너무 많다면 줄이면 되고, 적다면 늘리면 되는거죠. 쉽게 보입니다. 그런데 집이란 게 하루아침에 뚝딱 지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파트라면 오늘 당장 첫 삽을 뜬다 해도 2016년~2017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전셋집 부족으로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전세난 치료를 위해 정부가 내린 처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촉진이었습니다.
지난해 두번의 매매활성화 대책으로도 전세난을 진정시키는 데 실패한 정부는 부동산규제를 더 완화해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을 돕기로 했습니다.
지난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올해는 시장 선도주인 재건축을 살리는데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입니다.
19일 국토교통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시장과열기 도입된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토부 대통령 업무보고 현장(사진제공=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우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지난 2006년 참여정부 당시 도입된 규제죠.
사업성 저하를 불러온다는 재건축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시·도 조례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어야 했던 소형주택(60㎡이하)에 대한 별도 규정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또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사업의 경우 소유 주택수와 관계없이 1가구 1주택 공급으로 제한 한 원칙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밖에 민간분양의 전매제한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줄이고, 주택기금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를 통합한 저리의 디딤돌 대출을 통해 12만가구의 주택구입 자금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디딤돌 대출에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1%대 초저리 모기지가 포함되며, 이번에는 생애최초 뿐만 아니라 최근 5년간 무주택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반해 전세시장 안정화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데요. 대통령 임기동안 행복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 입주 50만가구 공급을 실현하고, 민간 임대사업제 혜택을 확대하며,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도입니다.
지난해에도 국토부는 이와 같은 전략을 펼쳤지요. 매매전환에 따른 전세수요 감소.
지난해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고, 야권을 설득해 '대못'이라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했습니다. 전 정부에서 반대하던 리모델링 수직증축도 통과시켰습니다. 1%대 초저리 모기지상품도 개발해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을 도왔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공급축소 계획을 밝히며 수급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매매활성화 방안이 나왔습니다.
이로인해 국토부가 1차적으로 노린 매매활성화는 미약하나마 성과를 보였지만 최종 목표였던 전세난 진정으로는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상승률만 더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총 85만1850건의 아파트 거래가 신고됐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15.8% 증가한 거래량입니다. 수도권(36만3093건)이 33.5% 늘었으며, 지방(48만8757건)이 5.5%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전국 전셋값 상승률은 6.99%로, 전년 4.27% 보다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서울은 2012년 2.42%였던 전셋값 상승률이 무려 8,78%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한마리를 놓지고 말았습니다. 한마리라도 잡았기에 칭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잡아야했던 다른 한마리를 놓지며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해와 같은 전략을 올해도 실행합니다. 과연 지난해의 실패를 만회하고 전세난을 잡을 수 있을까요?
국토부의 올해 주택시장 업무 캐치프레이즈는 '집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입니다. 새정부 2년차 국토부는 올해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가 누울 자리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 당장 집 없는 사람들의 누울 자리가 태부족 하니 '걱정 덜어주는 일'을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