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中 제조업지수 '쇼크'..경기둔화 우려 확산

2월 HSBC 제조업 PMI 48.3..7개월래 최저
제조업 성장 모멘텀 약해져..추가 부양 여부에 관심

입력 : 2014-02-20 오후 3:16:06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돼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어 온 가운데, 1월 무역 지표가 깜짝 호조를 나타내자 이러한 우려가 다소 완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제조업 경기가 뚜렷하게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등 곳곳에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경기 둔화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구조 개혁으로 인해 기업 경기가 침체된 것과 신흥국 경기 둔화가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 부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춘절 연휴 때문에 2월 조업 일수가 줄어든 것 역시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월 HSBC 제조업 PMI 48.3..7개월來 최저
 
20일 HSBC는 2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8.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 확정치인 49.5와 사전 전망치 49.4를 모두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HSBC 중국 제조업 PMI 추이(자료=Investing.com)
 
지난 1월에도 PMI 지표들은 줄줄이 하락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1월 HSBC 제조업 PMI는 49.5로 6개월 만에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선 밑으로 떨어졌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월 제조업 PMI 역시 50.5를 기록해 2개월 연속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간접 지표로 활용되는 전력 소비량 역시 주춤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성장 둔화 전망을 뒷받침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SRC)가 집계한 1월 1~20일간의 전력 소비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하는데 그쳤다.
 
제조업 PMI에 이어 비제조업 PMI도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HSBC가 발표한 1월 비제조업 PMI는 50.7을 기록해 2011년 8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 1월 비제조업 PMI 역시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한 53.4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5개월 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기업 경기 악화·신흥국 경기 둔화가 원인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크게 하락한 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먼저 중국 정부가 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돈줄을 죄면서 대출 금리가 올라 기업 경기가 침체된 것이 꼽힌다.
 
실제로 PMI 지표의 하위지수인 고용지수는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인 46.9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5년 내에 가장 빠른 감소세이기도 하다.
 
신규주문지수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지며 위축세로 돌아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부채 규모가 계속 커지는 등 기업 경영 압박이 심해지고 이는 결국 중국의 경기 둔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빌 아담스 PNC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부터 신용 경색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물품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신흥국 위기가 중국 제조업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2월 신규 수출은 전달보다는 높아졌지만 역시 50에는 미치지 못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달 제조업 지표 부진은 지난 1월의 신흥국 자산가치 하락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스티븐 그린 스탠다드챠타드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내수 경제의 문제보다는 수출 둔화의 문제 같다"며 "오늘 나온 지표를 보니 지난달 무역 지표가 호조를 나타낸 것이 수상쩍다"고 밝혔다.
 
아울러 계절적인 요인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1~2월 중국 제조업 지표는 통상 춘절(중국 설날) 연휴를 앞두고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쿠지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 이코노미스트는 "2월 제조업 지표는 춘제 때문에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지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가시화..추가 부양책 나올 수도
 
그동안 전문가들은  부진한 중국 지표에 대해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춘제 효과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날 나온 제조업 지표가 뚜렷하게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비관하는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제조업 경기의 추가 둔화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춘절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경기 둔화를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휴 맥케이 웨스트팩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중국 경제지표는 춘절 때문에 일시적으로 악화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중국 경기 회복세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다음달 3일 시작하는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민인민대표대회)를 전후로 추가 부양책을 펼칠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홍빈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올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적절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을 미세 조정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전에 ANZ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만약 올해도 성장률 목표가 7.5%로 유지된다면 중국 정부는 6월 전에 부양책을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가장 유력한 부양책 방법으로 통화 완화 정책이 꼽혔다.
 
지웨이장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인해  올해 2분기에는 중국 정부가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 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루팅, 지시아오지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현재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통화 긴축 정책을 계속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책 당국자들이 최근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적이 없는 만큼 현재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여전히 낙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팀 콘돈 ING 이노코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아직 심각하게 둔화된 수준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 역시 "현재 신용 경색 우려와 경기 둔화 우려는 너무 과장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수치는 잠정치로 HSBC가 집계하는 2월 PMI 확정치는 다음달 3일 발표된다.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하는 제조업 PMI는 다음달 1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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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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