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3개년 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것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다.
연초 박 대통령의 경제혁신3개년 계획 발표직후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내용은 아니다"라며 "이미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 놓은 상황이고, 연두 업무보고까지 예정돼 있어서 새로운 뭔가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왼쪽)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News1
다음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 2월말까지 발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간의 사전교감이 없었던 사실은 확인됐고, 야당에서는 급조된 정책이라고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수립도 하지 않고 내용도 없는 아이디어 수준의 계획에 그럴싸한 포장을 씌워 신년기자회견의 핵심으로 내놓은 것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라며 "대통령 선언이 먼저 발표되고 경제부총리가 계획을 허겁지겁 마련하는 것이라면 이 계획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당 오영식 의원은 현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사전 논의와 준비가 없었던 '날림식' 발표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놀랍다"면서 "박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와도 '불통'을 하는 모습에 아연실색할 뿐"이라고 논평했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간의 '불통'문제는 박근혜 정부 첫해인 지난해부터 있어왔다.
지난해 3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가 빗발쳤던 당시 조원동 경제수석은 "최소한 세수 감경분에 대한 추경은 필요하다"고 추경가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추경은 여러 정책패키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거나 "현시점에서 추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녹음기를 틀어놓듯 반복해왔는데, 청와대에서 이를 뒤집는 발언이 먼저 나오면서 경제정책 주도권을 뺏겼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조 수석은 '재정절벽'까지 운운하며 추경에 바람을 넣었고, 이는 곧 17조원이 넘는 대규모 추경으로 이어졌다.
이름만 경제부총리지 경제정책에서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하고 있다는 얘기도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던 시점 역시 청와대와의 부조화가 드러났다.
당시 근로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대거 전환하는 내용 등으로 중산층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됐지만, 중산층의 범위에 대한 불만여론이 들끓자 청와대가 나서서 '전면 재검토'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세제개편 발표전에 이미 청와대에 보고를 하고 공식정책으로 인정을 받은 것을 청와대가 여론을 핑계로 뒤집은 것이다.
조원동 수석 역시 "거위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며 정부 세제개편안을 두둔했었지만, 곧바로 입장을 번복했고 국민 불만의 화살은 정책을 입안한 기획재정부와 현오석 부총리에게 돌아왔다.
이번 경제혁신3개년 계획 역시 출발은 조 수석의 기획작품이지만 뒷처리는 현 부총리가 하는 모양새다.
현 부총리는 25일로 정오에 예정됐던 관계부처 합동브리핑도 당일 아침에 돌연 취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국민들에게 담화문형식으로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앞에서 자신이 짜낸 계획을 발표할 기회도 잃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