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인피니티가 디젤엔진과 가격을 무기로 한 Q50을 앞세워 기나긴 부진 탈출을 노린다.
지난 11일 국내에 공식 출시한 '더 뉴 인피니티 Q50'의 계약대수가 단 하루 만에 200대를 돌파하는 등 초반 흐름이 심상치 않다. 120여대 선주문이 포함된 수량이지만 월 판매목표가 20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도 빠른 페이스다.
이 같은 Q50 돌풍의 이유로는 단연 가격과 디젤엔진이 꼽힌다.
디젤모델인 Q50 2.2d의 가격은 4350만~4890만원이다. D세그먼트(중형)인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는 물론, 3시리즈나 C클래스, A4 등보다도 저렴하다.
일본차 브랜드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디젤모델을 내놓은 점도 눈에 띈다. 최근 디젤 열풍을 타고 독일차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반면 일본차는 이렇다 할 디젤모델을 내놓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Q50 2.2d 모델에는 직분사 4기통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동급 대비 보통 수준이지만, 최대토크는 동급 대비 최상급이다. 디젤엔진의 특징인 가속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가격과 디젤엔진을 앞세운 Q50의 초반 돌풍에 인피니티도 한껏 고무돼 있는 분위기. 지난 수년간 보인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2005~2013년 인피니티의 국내 판매량과 수입차 시장점유율.(단위=대, % / 자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지난 2005년 국내에 진출한 인피니티는 2008년까지 판매량 증가세를 보이다 이후로 내리막을 걸었다. 2010년과 지난해 각각 전년 대비 21.4%, 1.2% 판매량이 증가했을 뿐 전반적인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점유율은 전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에 밀려 곤두박칠쳤다. 지난 2007년 5.6%까지 상승했던 인피니티의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급기야 0.7%까지 수직하강했다. 수입차 시장이 매년 10%를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체감하는 부진의 정도는 더 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피니티로서는 Q50의 초반 돌풍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간의 부진 때문인지 올해 판매목표는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타케히코 키쿠치 인피니티 코리아 대표이사는 "올해 연간 판매목표는 1500대"라며 "이는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본 판매량으로 Q50의 판매량에 맞춰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인피니티는 대대적인 브랜드 쇄신에 착수했다. 모델 네이밍 전략을 통째로 수정하기로 한 것.
2014년형 모델부터 세단·쿠페·컨버터블은 모델명 앞에 'Q'를, SUV와 크로스오버는 모델명 앞에 'QX'를 붙이기로 결정했다. M·G·EX 등 복잡했던 라인업이 단순화됐다. Q50은 Q시리즈로 태어난 첫 모델이다.
인피니티 코리아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새로운 도약을 위해 'Q' 명명체계를 도입했다"며 "지난 1989년 인피니티의 첫 플래그십 모델인 Q45의 유산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고 밝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올해 수입차 시장 규모를 17만4000대로 전망했다. 인피니티의 올해 판매가 1500대에 그친다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4.4% 증가하지만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0.9% 수준에 불과하다.
인피니티가 Q50에 이어 올해 내놓을 신차가 판매량이 많지 않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재 Q50의 판매호조세를 이어가야 수입차 시장에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피니티 Q50.(사진=인피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