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총량제? "'보이지 않는 규제' 더 큰 문제"

입력 : 2014-02-26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 A보험사는 금감원 신고를 빌미로 으름장을 놓는 블랙컨슈머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감원이 보험민원 감축지수를 만들고 강도 높은 이행점검을 실시하고 있어서 악성 민원인의 부당한 요구에도 속수무책이다.
 
# C건설사는 부산에 주택 및 업무시설을 건축하기 위해 구청에 인허가를 신청했다가 불허가 처분을 받았다. 건축법 등 관련법상 저촉사항이 없었으나 주민반대 등을 이유로 구청장이 불허가 처분을 지시했기 때문. 이후 행정심판위원회가 건축허가신청을 '인용'하도록 결정했지만, 구청은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규제총량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눈에 보이는 법적 규제보다는 보이지 않는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일명 그림자 규제로 지칭되는 '눈에 보이지 않은 규제'는 규제로 등록·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총량제를 도입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문제 제기했다.
 
규제총량제는 규제수나 규제로 인한 비용의 상한을 정하고, 규제 신설시 그만큼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도록 하는 규제관리 방식이다. 반면 '보이지 않는 규제'는 실제로는 개인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지만 그 형식이 법에 근거하지 않는 규제를 뜻한다.
 
구두지도·행정지도, 권고·지침, 적합업종, 기부채납, 조세 등이 대표적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금감원은 보험민원을 2년 내에 50% 감축하라는 지침을 만들었으나, 보험업 현실과 괴리된 무리한 목표라는 보험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금감원과 보험업계 실무자들로 구성된 TF는 민원감축지수를 평가지표로 활용하는 '보험민원감축 표준안'을 만들었다. 법적 근거가 없는 '표준안'이지만 금감원에서 매분기 민원감축 이행성과를 평가하고 미이행시 경영진 면담과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하니 사실상 의무나 다름없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또 양적인 보험민원 숫자 감축을 목표로 하다보니 부당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악성 민원인에게도 속수무책이다.
 
◇보이지 않는 규제 사례(자료=전경련)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경우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도모한다는 목적 하에 대기업의 사업진출 기회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경련에 따르면 법으로 규정됐던 중소기업 고유업종과는 달리 적합업종은 '민간합의'를 바탕으로 시행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와 정부는 자율제도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권고라는 입장이지만 여론의 눈치 등으로 사실상 지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동반위는 적합업종 권고 미이행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중기청이 권고·공표·이행명령 등을 통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인·허가와 관련된 보이지 않는 규제의 벽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전경련은 지난해 12월 안전행정부가 인허가 처리실태 특별감사를 통해 7개 지자체에서 총 40건의 부당 인허가 거부·지연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춘 인허가 신청을 반려하거나 불허가한 사례는 총 40건 중 11건으로 27.5%를 차지했다.
 
이중에는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춘 건축허가 신청을 구청장의 지시로 불허하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소유자동의서 등 서류제출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고용이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사실상 규제들이 많지만 규제로 등록되지 않아 규제개혁의 대상과 관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행정지도, 권고·지침 등 보이지 않는 규제도 등록·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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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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