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카드사태 청문회를 끝으로 사그러질 것이다. 이미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고 있고, 시간도 좀 지났는데..솔직히 국정조사 청문회까지 해야하는지도 의문이었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
1억건이 넘는 사상초유의 카드사 고객정보유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계경보가 지난주 청문회를 끝으로 해제되고 있는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8일 검찰이 국민·롯데·농협카드에서 1억400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한지 6주만에 졸속대책만 발표하는 등 급한 불만 끄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고개들고 있지만 당국은 이제 그만 정리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개인정보에 대한 그동안의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당국은 카드3사에만 영업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고, 유야무야 넘어갈 태세이다.
◇금융당국, 카드사태 경계경보 해제..이대로 끝?
먼저 금융당국은 카드사태에 대한 경계경보를 해제했다. 정보유출사태 이후 재발급·해지 신청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비상대응팀이 해제된 것.
실제로 관련부서 대부분의 직원들도 비상상황에서 벗어나 다른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태가 한풀 꺾였다고 보고있다"며 "일반 소비자들의 문의가 크게 줄어들었고, 소비자들의 관심도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도 "카드사태 수습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고, 다른 처리해야 할일들이 산적해있다"며 "다들 카드사태에서 한발 물러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카드 일일동향을 살펴보면 25일 기준 해지 재발급 건수는 8만2000건으로, 한달전 108만건보다 10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태가 거의 두달정도 지나면서 이미 바꿀 사람은 다 바꿨다고보면 된다"며 "다만 지금도 해지를 원하는 고객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 이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유출 재발 방지대책 부실..소비자 피해구제 대책은 없어
금융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이번사태를 마무리 하려면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을 살펴보면 금융사에 정보제공수를 줄이는 등의 방안이 구체성이 있을 뿐 향후 사태 발생시 소비자 피해구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은 겉표면적인 대책만 내놓는데 급급해 소비자 측면에서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고, 장기과제가 된 것처럼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향후에 발생하지 않은 측면에서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대책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금융사의 과도한 처벌을 통해 여론의 불만을 잠재우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정보유출의 경우 제대로된 조사결과를 파악·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달도 안돼 제재하고, 각사 CEO등을 사임시켜 성난여론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왔다는 아픈 질책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과태료와 과징금을 강화하는 등 정책당국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부 권한만 행사했을 뿐 범사회적 예방대책 등은 전혀 내놓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들은 시장개입과 규제 등을 강화한 측면이 많다"며 "시장의 자율성이나 산업의 규제완화 측면에서 상치되는, 거꾸로 가는 정책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번에 실무적인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며 "너무 단기간에 보여주기식으로 대책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졸속과 과잉대책이라는 아쉬운 정책당국의 모습을 보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3일 정찬우 부위원장 주재로 개인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