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헛발질에 `저축은행` 봄은 언제오나

입력 : 2014-02-26 오후 3:08:48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좀처럼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원죄야 업계에 있겠지만 해법의 실마리를 제공해야할 금융당국이 오히려 짐이된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업계에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며 '저축은행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지 반년이 다 됐지만 업계 분위기는 여전히 '시큰둥'하다.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태, KT ENS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연루된 사기대출사건의 '불똥'이 튀며 추진하던 사업도 가로막혔다.
 
설상가상으로 2013년 사업연도(7~12월) 반기 실적도 대규모 적자를 면치못했다.
 
◇저축은행 반기별 실적 비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 저축은행)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3년 사업연도 반기 실적을 공시한 저축은행 13곳 가운데 SBI, 공평, 동부, 푸른저축은행 등 11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사기대출사건으로 엎친데 덮친격..대출 심사는 여전히 허술
 
가장 많은 손실을 본 저축은행은 SBI저축은행으로 13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저축은행은(-156억원), 신민저축은행(-100억원), 공평저축은행(-99억원) 순이었으며 HK저축은행과 스마트 저축은행만 각각 87억원, 1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특히 SBI계열 저축은행들의 적자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더욱 커졌다.
 
저축은행 업계에 적자기조가 계속되는데는 KT ENS 협력업체가 연루된 사기대출 사건의 영향도 적지않다. 13곳 중 동부·현대·공평저축은행의 순손실 규모에는 이번 사기대출사건으로 물린 금액이 충당금으로 설정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으면 순이익은 대부분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다"며 "상당수 충당금으로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여전히 대출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원리금을 부당하게 깎아주는 등의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대신·SBI·SBI2저축은행의 대출 부당취급 및 원리금 부당감면 등의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은행의 임직원을 제재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저축은행 임원 1명에게 주의적 경고 상당 및 직원 11명에게 정직 등의 징계를 내리고 대신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주의·주의적 상당(임원 2명)과 주의 등(직원 9명)의 제재를 내렸다. SBI·SBI2저축은행의 경우 이미 징계를 받아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맥 잘못 짚은 당국..활성화 '훈풍'은 불지 않아
 
금융당국의 대책도 저축은행 활성화에 '훈풍'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며 내놓은 '저축은행 활성화 방안'도 약발이 신통치 않다. 
 
금융당국은 펀드·보험·신용카드 등 금융상품의 판매시 여신심사 역량을 갖춘 저축은행에 대해서 취급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비췄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금융권 전반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 보험 판매 등은 수수료로 먹고사는 사업인데 오히려 손실을 입어 수익성이 악화될수도 있다"며 "직접적인 수익이 나는 업무를 허용해줘야 하는데 대책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상 쉬운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전문인력이 부족한 저축은행업계의 상황을 비춰봤을 때 오히려 불완전 판매로 민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진입하기를 꺼린다"고 덧붙였다.
 
펀드판매의 경우에는 저축은행이 자본시장법 상에 등록이 돼야만 판매가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이름을 올린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직원들이 펀드투자 상담사 등 자격증을 따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 활성화 방안에서는 이달 중 저축은행의 펀드 판매를 시행할 예정으로 언급돼 있지만 당국에서는 파악조차 못한 실정이다.
 
카드사 정보유출의 여파로 저축은행중앙회가 추진해 온 저축은행 전용 KB국민카드 출시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위원회가 KB국민카드 등 3개 카드사에 오는 5월16일까지 신규 영업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저축은행 중앙회는 카드 출시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정지 시기까지 계획을 잠정 보류하게 됐다"며 "추후에 논의를 해봐야 하지만 징계가 끝나면 재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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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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