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제약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해 중소 제약사들이 도약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반면, 기존 간판 제약사들은 이름값을 하지 못하며 뒷걸음질쳤다. 추격을 이끈 제약사는 광동제약과 제일약품이었고, JW중외제약과 일동제약은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광동제약과 제일약품은 지난해 매출 기준 10위권 진입에 성공하면서 상위제약사로 분류됐다. 반면 JW중외제약과 일동제약은 누려오던 ‘상위제약사’ 간판을 떼야 했다. 결국 ‘약가인하’ 등 정부 규제정책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중소 제약사인 한독이 지난해 태평양제약 제약사업 부문을 전격 인수하면서 올해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어, 앞으로 순위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또 녹십자가 계획대로 일동제약을 집어삼킬 경우 유한양행을 누르고 연간매출 1조원 이상의 초대형 제약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한독은 올해 매출 순위 10위권 진입을 자신하고 있다.(사진=조필현 기자)
광동제약의 성장은 지난해 연초 이미 예고됐다. 광동제약은 지난 2012년 12월 생수 부문 부동의 1위인 ‘삼다수’ 유통권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물장사’에 뛰어들었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제약사로서 본연의 의약품 개발을 제쳐두고 단기간의 매출 성장을 고려한 비의약품에만 너무 집중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광동제약을 업계 10위권 내로 진입시킨 효자 품목은 단연 ‘삼다수’였다. ‘삼다수’는 지난해 1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4684억원을 기록해 매출 기준 업계 7위를 기록했다.
광동제약이 급성장하면서 제약사가 의약품만 개발, 판매해서는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중소제약사 한 관계자는 “이제는 약만 팔아서는 답이 안 나온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건강, 식품 등 여러 사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고 기류를 전했다.
제일약품도 약진하며 매출 9위에 랭크됐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매출 452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4268억원) 6% 상승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부분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질적 성장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약가인하 영향으로 영업이익 부분에서 감소했다”며 “그동안은 기존 품목으로만 영업을 했는데, 앞으로는 여러 품목들을 들여와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일약품 의약품 비중은 전문약 90%에 일반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약 비중은 제네릭과 개량신약이 대부분이다. 자체신약은 아직 없다.
한독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한독은 지난해 태평양 제약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태평양제약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한독 매출은 급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독은 지난해 32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독 관계자는 “태평양제약 제약사업 부문의 우수인력이 한독에 합류함으로써 새로운 원동력을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올해 반드시 매출 순위 10위권 이내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매출 10위로 턱걸이한 LG생명과학은 매출 417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JW중외제약과 일동제약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두 회사는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음에도 중소 제약사들의 선전 때문에 밀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계속되는 약가규제 정책 때문에 이제는 ‘약만 팔아서는 답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외부에서 어떤 품목을 들여와 어떻게 영업을 해서 이익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소위 돈이 되는 사업에 본격 뛰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