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스마트폰 시장이 PC 시장과 마찬가지로 '저마진 무한경쟁'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료·초저가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구글, 모질라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이어 중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가격대를 급격히 낮추면서 삼성, 애플 등 기존 강자들의 시장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 모질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표주자들이 저가형 스마트폰을 타깃으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쏟아낼 전망이다. 모질라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축제 MWC 2014에서 25달러에 불과한 파이어폭스 폰을 공개했으며, MS 역시 8~9만원대의 '노키아X' 시리즈를 출시한다.
스마트폰 시장 저성장이 본격화된 가운데 더 이상 소비자가 주머니를 열 만한 혁신적 제품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의 경우 저가폰 수요가 크다는 점도 업체들의 가격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가운데 모바일 시장 최강의 OS인 안드로이드를 보유한 구글은 또 한 번의 모험을 감행한다. 지난해부터 IT업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온 '프로젝트 아라'가 오는 4월에 공개된다. 모듈을 조립해 맞춤형 제작이 가능한 아라는 소비자 입장에서 최저의 비용으로 스마트폰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아라 프로젝트'를 사용한 스마트폰 컨셉 이미지.(사진=motorolaara.com)
무엇보다 구글이 당초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도 프로젝트 아라만큼은 '첨단기술그룹'에 숨겨뒀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초점을 맞췄다. 아라는 현재의 스마트폰 제조방식이 PC 시장과 마찬가지로 맞춤형 조립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게 주된 분석이다.
프로젝트 아라는 직육면체 모양의 케이스에, 그보다 작은 직육면체 같은 모양의 모듈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조립해 맞춤형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소비자가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대로 쉽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 망가진 모듈을 빼고 주문해서 끼우기만 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아라에 대해 인터넷 검색시장의 최강자에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거듭해온 구글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료전략'을 기본적 모티브로 삼고 있는 구글이 사용자의 여건에 맞는 수준의 스마트폰 설계와 모듈 등 10~20달러의 비용으로 스마트폰을 제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MS 역시 저가 스마트폰 제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LG전자와 레노버, ZTE, 폭스콘 등 9개사가 새로 포함된 윈도폰 협력사 목록도 공개했다. 기존 삼성전자와 HTC, 화웨이에 불과했던 파트너사들이 총 12개로 늘어났다. MS는 퀄컴과 협력해 저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 개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파이어폭스 OS 개발업체인 모질라도 MWC에서 25달러(2만6000원)짜리 초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브라우저 기반의 파이어폭스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중국의 저가형 칩 설계업체 '스프레드트럼'의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만큼 3G(3세대)나 LTE(롱텀에볼루션)가 아니라 2.5G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이 같은 변화 추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중저가 보급형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리즈인 갤럭시S의 출고가격이 매년 낮아지고 있으며, 50만원대 이하의 스마트폰 라인업으로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제조업체 입장에서 가장 악몽 같은 상황은 경쟁 업체가 제품을 무료나 초저가로 유통시키는 것"이라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경우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이 같은 노선을 취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무료화 전략이 구체화 되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