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전세계 최대 모바일 축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가 지난달 28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고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4일(현지시간)부터 진행된 이번 전시회에는 국내 이통사와 제조사 수장들이 총 출동해 새로운 모바일 트렌드와 비즈니스 포인트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향후 통신시장의 방향이 '융합'으로 갈 것이라며 기술적 측면에서는 논의 수준에 그쳤던 '5G'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바이스 측면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카 등 스마트폰을 넘어서 새로운 영역에서 통신이 결합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사물과 사물을 이어주는 사물인터넷이나 국내 보조금 대란에 대한 각사의 입장도 빼놓지 않았다.
◇5G, 선택 아닌 필수.."속도 상응하는 서비스 개발 급선무"
올해 MWC에서 발견된 공통점 중 하나는 글로벌 통신사들의 시선이 '5G'를 향해있고, 가시적인 성과를 하나씩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국내 통신사들도 2020년을 목표로 5G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는 우리보다 앞서 있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단순한 속도경쟁보다는 빠른 속도에 상응하는 서비스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미국 스프린트사가 통신장비업체 NSN과 함께 초당 2.6기가바이트(Gbps)를 전송할 수 있는 5G 기술을 선보였다"며 "우리는 이제 막 450Mbps를 상용화하고 있는 시점이며, 5G 목표는 2020년으로 잡고 있는 상황인데 적잖이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 부문장은 "다른 나라들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5G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며 "중국도 300MHz 폭을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스프린트사의 기술이 가능했던 점도 130MHz 폭을 통으로 사용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MWC 2014 행사장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성목 부문장은 부스들을 돌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5G 기술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LTE에서 만큼은 한국 기업들이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며 이날 받은 'GMA' 트로피 2개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사진=공동취재단)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신속하게 5G 기술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급하게 추진할 뜻은 없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이번 MWC에서는 속도, 용량, 기술을 근간으로 5G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서도 그렇고 제조 업체에서도 얘기를 많이 하고 있었다"며 "5G로 간다는 방향은 맞지만 기술과 장비개발 등 남아있는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급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아직은 4G다. LTE, 광대역 LTE까지는 왔지만 LTE-A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우리는 LTE-A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5G 시대에서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그 속도를 누릴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우리도 5G 스터디는 계속 하고 있지만 2020년은 넘어야 가시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5G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가 개발돼야 하고, 모든 만물이 소통할 수 있는 '유니버셜 커넥션'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성목 부문장도 이와 관련해 통신사들의 속도경쟁을 'F1' 경기에 비유했다. 현 상황에서 5G는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에 불과할 뿐 일반 소비자에게는 보편적이지 못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 부문장은 "지금도 속도가 200Mbps, 300Mbps까지 올라가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UHD급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서비스나 무손실음원(FLAC)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 재생서비스 등의 개발이 시급해졌다"고 덧붙였다.
◇웨어러블 시대 개막..통신사 전략은?
기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만 한정됐던 모바일 디바이스 부문에 새롭게 생긴 카테고리, '입는 전자기기'인 웨어러블 부문에 대한 이통사들의 관심은 제조사 못지 않았다.
이상철 부회장은 삼성전자나 화웨이, 소니 등 전세계 제조사들이 이번에 공개한 웨어러블 기기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웨어러블 기기들을 보며 올해는 디바이스의 '분리'의 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존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시계, 전화, 문자 등의 기능을 충분히 소화했지만,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스마트폰은 하나의 디스플레이로만 사용되고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전화와 문자 등을 해결하는 기능의 분리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또 "휴대폰을 TV 리모컨으로 사용한 건 이미 오래된 사례"라며 "이젠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온도를 조절하고 가스불을 끄거나 켜는 등 집안의 모든 기기를 조종하는 '융합'의 시대"라고 말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지난 26일(현지시간) 전시장의 한 미팅룸에서 만났다. 스페인에 도착한지 만 하루도 채 안된 상태에서 이 부회장은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제조사, 경쟁사들의 부스를 돌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사진=공동취재단)
문제는 새로운 시장인 웨어러블 기기 부문을 이통사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되면 데이터 통신 양이 늘어나게 된다"며 "이 기기들에 얹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앱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성민 사장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하 사장은 "제조사들은 장비 그 자체에 대한 커넥티비티(연결성)만을 얘기한다"며 "우리 이통사업자는 여기에 어떤 서비스를 얹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사들이 생각하는 서비스와는 다른 부분에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며, 이 부분은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통신사업자들에게 강점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SK텔레콤 vs. LG유플러스, 식지 않은 신경전
"현재 통신 시장은 100% 이상으로 포화된 상태다. 점유율 1% 올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올 1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가입자 숫자는 5400여만명. 뺏고 뺏기는 것이 일상이 되버린 통신시장에서 점유율 1%는 기업의 한해 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숫자가 되어버렸다.
하성민 사장은 "50% 점유율은 우리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켜지는 것"이라며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건데 왜 우리가 지키나. 가만히 있어도 지켜지게 돼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사이에 불거졌던 100만원대 보조금 대란에 대해서는 "(누가 더 많이 풀었는지는) 실태 조사 결과를 봐야 아는 것"이라며 "국민 두사람 중 한명이 우리 고객인 상황에서 우리는 본원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과잉 보조금 주도에 대해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하성민 사장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현지에서 한 한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WC 2014 소감을 밝히고 있다.ⓒNews1
시장지배사업자 SK텔레콤은 지난 2002년 이후로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난해 11월 점유율은 50.04%, 12월 점유율은 50.02%까지 내려갔다. 지난 1월 점유율은 50.06%로 0.04%포인트 반등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LTE 시대 이후부터 통신 3사의 경쟁력은 모두 3분의1로 재편됐다고 주장했다.
이상철 부회장은 "과거 우리가 2G망만 가지고 있고 경쟁사들이 3G망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망 자체의 우열이 경쟁사에 있었다. 우리에겐 18%의 경쟁력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전국망 LTE를 경쟁사보다 빨리 깔고, 세계 최초로 VoLTE를 시작하자 얘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3사의 LTE 기술력이 똑같다고 가정을 한다면 우리는 3분의1의 경쟁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며 "33%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현재 18%에서) 순증이 생기는 건 아주 당연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보조금 전쟁은 이통사들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이보다는 오히려 좀 더 나은 서비스와 좀 더 빠른 네트워크, 그리고 고객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로 경쟁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