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장기 영업정지, 이통사 배불리고 소상인 몰락"

입력 : 2014-03-04 오후 7:25:55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오토바이 퀵서비스 배달부들은 평균 5~6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고장이 나거나 분실했을 경우에는 폰을 빨리 바꿔야하는데 통신사가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대책이 없습니다. 또 하루 주문 물량의 10% 내외가 스마트폰 배달인데 이 물량 역시 뚝 끊기게 생겼습니다."(남현우 오토바이 퀵서비스 협회장)
 
"정부가 장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 이득을 보는 것은 오히려 이동통신 사업자입니다. 이통 3사가 연평균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이 수조원대에 이르는데 영업정지가 시작되면 이 비용은 잉여금으로 쌓이게 됩니다. 피해를 보는 것은 실질적으로 영업을 못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입니다."(안명학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장)
 
"이통사에서 100만원대 보조금을 풀며 '대란'이 발생한 오늘도 테크노마트에는 손님이 없었습니다. 통신사의 '정책'(보조금)에 힘입어 인터넷과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에서 아이폰5s를 3만원에 판매할 때 우리는 15만원에 팔았습니다. 보조금 때문에 오히려 도둑놈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고주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테크노마트 지회장)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며 시장 혼란을 야기한 이동통신 3사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빼든 '장기 영업정지'라는 칼에 비명이 나온 곳은 이통사가 아닌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그리고 스마트폰을 고객에게 배달하는 유통사업자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4일 서울 마포구 수구동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장기 영업정지 규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대리점과 판매점, 오토바이 퀵서비스 협회, 스마트폰 악세사리 제조기업 등 이동통신 생태계에 속한 중소기업들은 이번 정부 규제가 누구를 위한 제재인지 모르겠다고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이통사 장기 영업정지 제재는 실효성이 없는 규제라며 강력 반대했다. 협회 사무실에는 '30만 유통인, 워크아웃 팬택, 지하철 택배, 퀵서비스기사 곡소리 난다!'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있다.(사진=뉴스토마토)
 
미래부는 빠른 시일 내 이통 3사에 45일에서 90일 내외의 강도 높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지난해 과잉 보조금을 지급하며 시장에 혼란을 야기시킨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았음에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이통유통협회는 정부의 제재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과징금 처벌과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장기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통신사는 '정책'으로 불리는 보조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하이마트나 롯데마트, 삼성디지털프라자 등의 대형 유통사들은 이통 3사의 단말을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한 통신사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핵심상권에서 매장을 운영하면 월 평균 임대료 1000만원, 4~5명의 직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약 10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이 든다"며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일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45일 무급휴가를 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아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전국이통유통협회와의 일문일답.
 
-정부의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지난 2009년 단말기 가격이 평균 47만원일 때 보조금 27만원 제한선이 생겼다. 현재 단말기 평균 가격은 100만원을 호가한다. 6~7년 전의 잣대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상식 이하다. 보조금 제한선에 조정이 필요하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서 이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영업정지를 하지 말고 이통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라는 주장인가.
 
▲우리는 단 하루라도 영업정지를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누구를 위한 규제이지 모르겠다. 사업자(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를 모으려고 하고 유통과정에 있는 우리는 그 도구에 불과하다. 하루 할당량을 채워야만 하는 우리로서는 보조금이 나온다고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것이 전혀 없다. 사업자에게 화살이 갈 수 있는 행정처분이 필요하다.
 
-휴대폰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소규모 대리점과 판매점만 휴대폰을 유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삼성디지털프라자, 하이마트 등 대형기업들이 이 영역에 진출했다. 이들 대형 유통상은 이통3사 제품을 모두 취급하기 때문에 영업정지가 시작돼도 피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소규모 대리점들은 1개의 사업자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정지가 시작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휴대폰 유통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신청하고자 한다.
 
-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업정지가 강행된다면 대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행동을 할 것이다. 장기 영업정지는 우리의 사활이 걸렸있다. 생계가 막막해진 판국에 물불을 가릴 형편이 아니다.
 
-사업자들의 시장 교란 행태에 대한 협회의 생각은.
 
▲시장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존경쟁에서는 싸움(보조금 투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잘못된 잣대로 제재를 하고 있다. 고객 유치를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사업자들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통법에 반대하는 것인가.
 
▲단통법의 근본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과도한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차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제조사 원가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에도 찬성한다. 다만 사업자와 유통망, 제조사, 행정 당국이 모두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정부는 큰 사업자(이동통신사), 작은 사업자(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망)를 같이 묶어서 보고 있지만 우리는 엄연한 '을'이다. 이통사에서 정책(보조금)을 제안하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행정 당국이 의견수렴과정에 소비자와 최종 접점에 있는 우리를 포함시켜주길 바란다. 정부가 강력 규제에 들어가면 오히려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지금처럼 또다른 보조금 대란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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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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