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시장 `3월위기' 비켜갈까

당국ㆍ전문가 "위기는 說 수준 불과"
불안 상존에 자본시장 한동안 조정국면

입력 : 2009-03-01 오전 10:51:21
3월 금융시장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으면서 연초 안정을 찾는 듯했던 주식, 채권시장까지 다시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안 뒤에는 외채 상환이 몰리는 3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작년 9~10월과 같은 외화 유동성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3월 위기설'이 자리잡고 있다.

3월 위기설은 불안심리를 반영한 실체 없는 '설(說)'일 뿐이란 정부 당국과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 속에 한때 고조되던 공포는 수그러들었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히 완전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

작년 9~10월 만큼의 큰 충격은 없어도 확산 일로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린 국내 금융시장의 심한 출렁거림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선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사태 직후 한국물 자산을 대거 처분해 시장을 공황 상태로 몰아갔던 외국인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글로벌 위기 재발에 '트리플 약세'

최근 수개월 만에 재발한 금융위기에 통화, 주식, 채권 가치가 동반 추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재연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3개월 만에 1,500원대로 재진입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해 외환위기 이후 근 1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530원대로 치솟았다. 일각에선 1,600원도 뚫릴 수 있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이 14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지속하면서, 얼마 전 1,200선 돌파를 시도하던 코스피지수가 2월 한 달 새 100포인트(8.5%) 가량 떨어지며 1,000선의 지지력을 시험하고 있다.

환율 급등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국채 발행 물량 증가 우려 등 수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채권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연초 3%대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 경신을 눈앞에 뒀던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다시 4% 중반대로 올라섰다.

◇ 외국인 동향 작년과 달라…채권 매수

일각에선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이 극도로 고조되던 작년 9~10월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시 외국인은 국내 주식은 물론 안전자산인 채권까지 무차별적으로 팔아치워 위기감을 높였다.

작년 10월 한 달 간 외국인은 4조9천억 원 어치의 국내 주식과 함께 6조4천억 원 어치의 국내 채권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있지만 매도 강도는 약한 편이고, 채권은 매수세를 강화하는 등 작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기설이 확산됐던 2월 한 달 간 주식은 1조1천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채권은 1조9천억 원을 순매수했다. 덕분에 외국인 채권 보유액은 38조5천억 원으로 늘어 6개 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의 채권 매수는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해 차익을 남기는 재정거래 유인이 확대된 것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한국물 자산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작년 리먼 사태 직후는 글로벌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었지만, 지금은 일시적으로 외화 수급이 꼬일 순 있어도 국내외 단기자금이 풍부해 유동성 문제로 인한 자금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 '찻잔 속 태풍' 그칠 듯

정부 당국과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만기인 외국인 보유채권 규모는 3조 원으로, '9월 위기설'을 낳았던 작년 9월 8조6천억 원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또 2~3월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금도 104억 달러로 2천억 달러 수준인 국내 외화보유액을 고려하면 대응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외부 환경에 의한 것일 뿐 외화 유동성과 같은 내부 문제는 없다"며 "외국인들의 반응을 봐도 3월 위기설은 실체 없이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3월 위기설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친다 해도, 잠복한 금융위기가 언제, 어디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3월 주식시장은 연초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낮추는 조정 과정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위기설이 단순히 '설'로 끝나도 증시의 변동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지만 작년과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3월은 동유럽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와 미국 금융기관들의 신용불안 등 잠복했던 악재들로 인해 한 박자 쉬어가는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며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 950~1,000 부근에서 저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은 환율 변동과 함께 추경예산 편성 등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조중재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방향을 하향안정으로 방향을 틀고 추경안이 통과되는 등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채권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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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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