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이경화기자]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예상치 못한 고강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의료계 총파업을, 향후 정권퇴진 운동으로 확대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노 회장은 5일 저녁 <뉴스토마토>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파업에 참여하는 회원들에게 정부가 그 어떤 압박이나 박해를 가할 경우 정권퇴진 운동으로 발전시킬 뜻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나를 포함한 지도부는 그 어떤 곤경도 헤쳐 나갈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구속도 각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강경 방침이 지도부에 국한되지 않고 파업에 동참한 일반 의사 회원들에까지 미칠 경우 그에 합당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곧 현 정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의료대란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파업 주체를 떠나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한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특히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수정권의 지지축인 의사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니다.
노 회장은 향후 전개될 파업 전선에 대해 “10일 전일 투쟁은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 이유로 대다수 병원의 3월1일자 인사이동을 들었다. 병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인사이동 직후 파업 동참은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신 “24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되는 전면파업은 강도가 다를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세우는 것은 의료제도의 전면적 개선이다.
의사들 역시 그간 영리를 위해 일부 양심을 접어야 했던 대목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 대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정부도 국민 앞에 현 의료제도의 모순과 부조리, 불합리를 낱낱이 밝히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의료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국민에게 전가된 공공보험과 민간보험의 이중부담 또한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노 회장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때문에 전면적 개선 또한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해낼 수 있으리라 봤다”며 “대선후보 시절 수차례 약속했던 터라 믿었다. 지도자라면 눈앞의 득실을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이날 전 회원들에게 총파업 투쟁 지침을 전달했다. 이번 투쟁의 목표를 정부가 강행하려는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화 정책에 대한 반대임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건강보험제도 및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해서임을 강조했다.
오는 10일 오전 9시를 기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 인력을 제외한 전 회원들이 전일 투쟁에 돌입하며, 11일부터 23일까지는 주 5일, 주 40시간의 준법투쟁,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은 전면 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29일 이후 투쟁 계획은 진행 상황에 따라 추후 밝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