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세계 철강 공급 과잉을 야기했던 중국 철강업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동안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물량 공세로 고전했던 국내 철강업에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작업이 예정보다 길어질 수 있어 공급 과잉 현상이 해결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 5일 중국 리커창 총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연내에 중국 철강 설비 중 2700만톤을 강제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총 생산능력의 2.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0월 철강·시멘트·선박 등 생산능력 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오는 2017년까지 총 1억톤의 철강 생산 설비를 폐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중국 국무원은 이들 업종에 대해 ▲신규 생산시설 증설 금지 ▲업체들 간 인수 합병과 퇴출 장려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 촉진 ▲환경 기준 강화 및 전기·수도료 인상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고강도의 철강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이른바 굴뚝산업이 빠르게 늘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외국계 기업은 물론 유능한 인재들도 중국을 떠나고, 외국인 여행객들도 감소하자 중국 정부가 특단의 조치로 굴뚝산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
특히 중국 철강기업들이 밀집돼 있는 허베이성 탕산시는 중국 내 주요도시 중 대기오염 농도가 세 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탕산시에는 400여개에 달하는 철강 회사들이 모여 있는데, 이곳의 연간 조강생산량은 중국 전체 생산량의 20%에 해당되는 1억4000만톤 규모다.
중국은 최근 성장률 둔화에도 연간 2100만톤(성장률 3%) 이상 철강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철강업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공급 과잉 현상이 이르면 1~2년 안에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중국 고로 가동률은 83.8%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조강 생산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6157만톤으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3% 가량 줄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철강사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도 내수가 증가하면서 수출이 감소, 아시아 철강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지난 1월 철강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이는 철강 수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과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전방산업 회복에 따른 것이다. 내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이 감소한 것.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철강업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공급 과잉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에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원가를 절감하고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은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철강 공급 과잉을 야기했던 중국 철강업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