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보조금을 철폐하기 위해 유례 없는 강수를 뒀다. 45일간 이동통신사의 영업을 정지했다. 이통사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오히려 제재를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 배경을 보면 이해가 된다. 영업정지 기간에도 이통사들은 서비스 요금을 받는데다 마케팅 출혈이 줄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영업 정지로 인해 타격을 받는 것은 제조사들이다. 시기도 좋지 않다. 영업정지가 진행되는 오는 4~6월은 신제품 교체 주기가 돌아오는 2주년인 데다 각기 신제품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려는 타이밍이다.
제조사들은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법 보조금 경쟁 '철퇴'..역대 최장 기간 제제 단행
역대 이동통신 영업정지 제재 중 최장 기간이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휴대폰 교체도 금지시켰다. 영업정지 기간에 기기변경을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는 오는 13일부터 4월26일까지, SK텔레콤은 4월5일부터 5월19일까지 영업이 정지된다. LG유플러스 영업정지는 두 차례로 나눠 13일부터 4월4일까지, 4월27일부터 5월18일까지다.
'번호이동 대란 철폐'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이통 3사 중 한 곳씩 돌아가면서 문을 닫았지만 이번에는 통신사 두 곳씩 동시에 문을 닫는다. 보조금 경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이번 제재에 대해 통신 3사는 "미래부의 영업정지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도입 등 제도적인 장치도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조사들 '불똥'.."제재 방향 잘못 잡았다"
국내 스마트폰 유통시장을 보면 95% 이상이 이통3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오픈마켓을 통해 거래가 자유롭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차기 전략 제품인 '갤럭시S5'를 다음달 11일 출시 예정이고, 팬택은 5월 '베가 아이언2'를 내놓는다. LG전자는 지난달 'LG G프로2'를 갓 출시했다.
◇갤럭시S5 언팩 행사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영업정지가 신제품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스마트폰 재고들을 빼 내야 새로운 물량을 넣을 수 있는데 유동성이 막혔다"며 "결론적으로 제조사가 책임을 떠 안아야하는 비정상적인 제재가 됐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LG전자는 "국내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고 있다.
팬택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현재 워크아웃에 돌입한 상태인데 판로까지 막혀버렸다 팬택은 내수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국내 의존도가 95%에 달한다. 재무적 유동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LG전자와 팬택은 미래부에 이동통신 3사에 대한 영업정지 기간을 줄이고 기기변경도 제외해 달라고 건의했다. 팬택은 최근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에 애를 먹으면서 무디스 신용등급이 강등된 바 있다.
휴대폰 판매 점유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공급을 못하게 되는 물량이 늘어난다. 아무리 해외사업 비율이 높은 삼성전자라고 해도 손해를 피할 수는 없다. 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LG전자의 경우 월 판매량이 4~5만대 수준에 머물고, 팬택은 점유율 13%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한 달에 4만대 판매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잃어버리거나 부숴지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고 정부가 지침을 정하는 게 말이 되냐"며 "제재 방법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