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제습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몰아쳤던 제습기 붐 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장밋빛 낙관론과 함께 날씨라는 변수가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2012년 40만대 규모에 불과하던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 130만대 규모로 훌쩍 커졌다. 특히 지난해 6월17일부터 8월4일까지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 덕분에 밀리언 가전에 등극했다.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여느 업체와 달리 자체 생산하던
위닉스(044340)가 방긋 웃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2년에 비해 네 배 가까이 늘었다.
◇LG전자 '휘센' 제습기.(사진=LG전자)
◇자체 생산·유통망 정비.. 업체들 '물량늘이기' 경쟁
제습기 붐을 목격한 대기업들도 브랜드력을 무기로 시장 활보에 나섰다.
LG전자는 휘센 브랜드에,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제습기를 새로 내놨다. 업계 최초로 제습능력을 조절하는 기술을 탑재해 제습 속도를 15% 개선했다. 삼성전자 역시 조만간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기업간 마케팅 전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견, 중소 가전기업 중 상당수는 자체 생산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해의 주문자상표부착제작(OEM) 방식만으로는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코웨이는 올해 처음으로 공기청정기능을 탑재한 복합제습기를 자체 생산한다. 제습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OEM 방식으로 조달키로 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작년 제습기 열풍 때 수급이 원할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서 복합기를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청호나이스는 충북진천 공장에 제습기 생산을 위한 1차 라인을 깔고, 조만간 생산에 돌입한다. 올해 IPO(기업공개)를 앞둔 쿠쿠전자는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위니아만도 역시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
제습기로 지난해 톡톡한 재미를 봤던 위닉스는 생산량을 늘리고 유통망을 가다듬고 있다. 늦어도 오는 5월 이전에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지난해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성장률 둔화 가능성 VS 아열대 기후 변화
업체들은 제습기 시장이 올해 최대 25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하지만 날씨라는 변수가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 이라는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제습기 판매량은 날씨와 연동돼 움직이는데, 지난해와 같은 다습한 기후가 올해도 재현되리라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 확대에 대비한 제습기의 과잉 생산이 재고 및 비용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예보인 유료 기후정보를 받아보지만 우리나라 국토가 조그맣고 기후변화가 극심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면서 "참고는 하고 있지만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날씨만 도와준다면 시장은 성장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지난해만큼의 시장 성장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 보다는 습도가 도와줘야 하는데, 지난해 같은 장마가 없더라도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 기후처럼 후덥지근한 날씨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