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전세보증금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할 빚이나 다름 없다. 빚에 소득세를 물린다는 것이 말이 되나."
전세보증금에 대해 소득세 부과 하기로 한 정부 방침에 집주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보유세, 양도소득세, 보증금 은행 예탁에 따른 이자소득세, 전셋집으로 활용될 추가 주택 구입에 따른 대출 이자 등 집주인들은 각종 세금과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보증금에 대한 소득세가 새롭게 부과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의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빚에 부과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보증금은 법적으로 건물임대차에 있어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교부하는 금전, 기타의 유가물을 말한다. 계약불이행에 대해 임대료를 담보하는 것으로 손해배상의 성질을 지나고 있다.
계약이 종료될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 보증금을 돌려줘야할 의무가 있다. 전세보증금은 담보물인 동시에 세입자에게 돌려 줘야하는 빚이다.
즉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는 빚에 대해 과세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일반 은행대출자도 모두 소득세를 내야하는 게 아니냐는 무리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전세를 내놓은 주택들 중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추가로 매입한 주택인 경우가 많다.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까지 내고 있어 심리적 부담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까지 민간임대 공급원으로서 다주택자의 순기능을 강조, 주택을 추가 매수할 것을 권장하던 정부가 갑자기 전세보증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정책에 대한 불신까지 생기고 있다.
거주 주택 외 청담동과 개포동에 전세를 놓고 있는 A씨는 "전세보증금을 소득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이해할 수 없다"며 "보증금을 은행에 넣으면 이자에 대한 소득세를 내는데 소득세를 또 내라니 중요한 민간임대공급원이 맞는 건가"라고 불평했다.
정부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과세 결정은 집주인들의 피해의식까지 자극했다. 집주인은 주택소유와 매각에 따라 보유세와 소득세를 내고있다.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탁할 경우 이자 수익에 대한 소득세도 부과된다. 때문에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부과는 다중과세라고 주장한다.
주택을 보유할 경우 소유주는 지방세인 재산세를 내야한다. 주택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할 경우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다. 주택 매각시 차익이 발생했다면 6~38%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보증금을 은행에 넣고 이자를 받을 경우 15.4%에 달하는 이자소득세가 과세된다.
전세보증금은 간주임대료로 환산 후 이자소득을 제외하고 임대소득세를 계산하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천징수되는 이자소득은 간주임대료 산정에서 빼기 때문에 이중과세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으로 실현된 소득(이자)에 대해 이미 소득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또 다시 과세를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하나의 전세보증금에 이자소득과 임대소득, 세목이 다른 두 가지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서울 방배동에 거주하며 사당동에 전세를 놓고 있는 B씨는 "전셋집으로 내놓은 주택 소유에 따라 보유세를 내고 있고, 매각시 차익이 난다면 양도소득세를 낼 것이며, 은행에서는 이자소득세를 내고 있는데 또 소득세를 내라니 집주인은 정부에게 봉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0일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를 발표하며 2주택 보유자의 전세 임대소득에 대해 2016년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보증금을 간주임대료로 환산해 2000만원 이하 소득자는 분리과세, 초과 소득자는 종합소득 과세하게 된다.
정부는 월세와 전세간의 과세불형평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에도 소득세를 과세한다.
◇2.26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현장(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