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친람' 박 대통령, 한달만에 '증거 조작' 언급

朴 대통령 "검찰이 수사"..野 "검찰도 조작 당사자"

입력 : 2014-03-10 오후 4:09:28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서울시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달 13일 중국대사관이 서울고등법원에 검찰 제출 증거 공문서가 위조됐다는 답신을 보내며,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지 거의 한달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정확하게 밝혀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시 공무원의 국가보안법 위반행위 사건과 관련해 증거자료의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것"을, 국정원을 향해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어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은 유감 표명과 함께 철저한 수사 지시를 내림으로써 대통령의 의지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야권이 요구한 '특검'과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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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신당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가칭) 중앙운영위원장은 전날인 9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특검 도입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야권은 아울러 '2007 남북정상 회의록 무단 유출'과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사퇴를 요구해왔다.
 
박 대통령의 이날 입장 표명은 ‘문제 해결’ 의사 표시보다는 차라리 전날 국정원이 한 밤 중에 급작스레 내놓은 ‘자기 해명’ 입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서 위조 여부가 문제 되고 있어 저희 국정원으로서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물의를 일으킨 데 죄송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동안 '위조문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던 입장에서는 나아갔지만 '문서 조작의 주체'로 의심 받는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국정원은 아울러 "조속히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수사를 통해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를 엄벌에 처해 재발을 막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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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지만, 현재 검찰은 '증거조작'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위조 증거'로 확인된 중국 공문서들을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아 법원에 제출한 곳이 서울지검 공안부다.
 
재판의 기소 주체가 검찰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국정원에 속았다'는 식의 변명은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인 유우성씨에게 유리한 자료들은 재판부에 고의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검찰'을 주체로 한 진상조사 지시에 대해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윤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간첩 사건 증거조작에는 국정원뿐 아니라 검찰도 책임이 있다. 과연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크나큰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절하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도 이날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증거 조작 사건에선) 검찰도 당사자다. 따라서 특검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 현재 (국정원을) 책임지고 있는 남재준 원장은 해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이번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의자인 유우성씨. ⓒNews1
 
박 대통령은 그동안 안현수 선수 러시아 귀화 사건·염전노예 사건 등 여러 사건에 대해 만기친람식으로 자기 입장을 적극 표명하곤 했다.
 
그러나 자신과 집권여당에 불리한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이나 '기초연금 공약 후퇴'·'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 파기' 등의 이슈에는 긴 시간 침묵한 후 원론적인 입장을 표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에도 국가기관이 민간인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일으킨 엄중한 사건임에도 4주간의 침묵을 지킨 것이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만기친람하는 대통령이 왜 긴급하고 중요한 현안만 나오면 아는 것이 없어지고 침묵하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정치인 특히 대통령은 질문을 피하거나 편한 현안만 골라 답할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를 하려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게 싫다면 정치를 그만 둔 뒤에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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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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