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앞에선 `잡셰어링` 뒤에선 `구조조정 칼질`

일자리 나누기, 구조조정 양면전략 대세
명퇴 급증.."고통 전가 아닌가"불안감 확산

입력 : 2009-03-02 오전 11:14:00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잡셰어링(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과 기존 인력감축이 병행되는 등 '양면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잡셰어링이라는 '대세'를 따르면서도, 인력감축을 통해 조직을 가급적 슬림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30대 그룹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최대 28% 깎기로 한 데 대해 구직자들이 반발하는 분위기지만, '현직'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 역시 고용보장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2일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에 따르면 최근 공공기관과 업계에서 사실상 반강제적인 희망퇴직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최근 7년 이상 근무한 직원 60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회사측은 직원들의 신청이 예상에 못미치자 근무성정, 연령, 해당 직급 존속기간 등을 고려해 일부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관리공사는 정부의 잡셰어링 방침에 동참하기 위해 대졸 초임을 30% 삭감하기로 했으며, 이달 중 대졸 신입직원 50명과 인턴직원 46%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말 487명이 명예퇴직 형식으로 직장을 떠났다. 공사측은 직급에 따라 명예퇴직 연령을 제시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인력이 명퇴를 신청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공사는 이같은 방식의 명퇴에 대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또 명퇴를 수용한 직원의 자녀가 캠코에 입사지원할 경우 서류전형에서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결국 철회되는 등 일부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한국가스안전공사 역시 인력의 10%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임원연봉 10%를 삭감해 인턴사원 3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한화는 지난달 일부 직원들에게 퇴사를 권유했다. 한화측은 직급별 퇴직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고되는 제도를 운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강제퇴직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화 계열사의 한 직원은 "어떤 조직이든 '계급정년'이 지나도록 승진하지 못한 인력을 내보내기 마련"이라면서도 "한화 특유의 조직 분위기와 최근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 때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강제퇴직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지난달 연구개발 부문의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아시아나항공도 고참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재 아시아나항공노조는 실질적인 권고사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한 과장급 직원은 "대학생들이 잡셰어링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하지만, 기존 인력 역시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함께 일하던 동료가 떠나는 걸 보면 노후를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라도 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일자리 나누기가 지금처럼 기존 인력을 내보내면서 새로운 인력을 저임금으로 고용하는 쪽으로 기울면 고통을 분담하는 게 아니라 되레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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