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의 김상규(왼쪽)와 부산 KT의 조성민. (사진제공=KBL)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는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KT의 경기로 문을 연다.
전자랜드는 12일 저녁 7시 인천삼산체육관으로 KT를 불러들여 5전3승의 시리즈를 시작한다. 정규리그 4위의 전자랜드와 5위의 KT는 1게임차로 갈려 이번에 맞붙게 됐다.
두 팀의 정규리그 상대전적은 3승3패로 동등하다. 매 경기가 치열했다. 높이로 하는 농구 보다 많이 뛰는 농구를 하는 두 팀이기에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분위기가 경기를 좌우했다.
플레이오프와 유독 인연이 없던 두 팀의 맞대결이라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팀 분위기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막판 5경기에서 3승2패를 거뒀다. 특히 지난 9일 서울 SK(3위)와 경기에서 95-79로 크게 이겼다. 바로 직전인 6일 고양 오리온스(6위)와 경기에 이어 기분 좋은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모두 높이가 강점인 팀들이었지만 전자랜드만의 끈끈함으로 물리쳤다. 골밑 기둥인 찰스 로드가 두 경기 모두 득점과 리바운드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하는 '더블더블'을 해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KT는 정규리그 막판 5경기에서 2승3패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전자랜드와 원정경기에서 지며 지난 1일 KCC전까지 2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약체인 삼성(2일)과 동부(5일)를 상대로 승수를 쌓은 뒤 우승팀인 LG(9일)에게 다시 10점차로 졌다.
KT는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주득점원인 조성민의 체력적 부담이 겹쳤다. 이 때문에 예상 보다는 많은 승수를 쌓지 못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라는 새로운 분위기가 시즌 막판 요소와는 크게 연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핵심 기록
두 팀의 득점이나 실점은 순위표와 마찬가지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기록은 리바운드다.
두 팀 모두 높이가 약점인 팀인데 전자랜드가 그나마 좀 더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리바운드에서 전자랜드는 7위(34.1개)를 기록했다. 반면 KT는 10위(30.4개)로 처지며 높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실제 두 팀의 시즌 맞대결에서도 전자랜드가 평균 36.2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31.5개의 KT 보다 보통 5개 정도를 더 잡아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변수가 하나 존재한다. KT에는 강력한 외곽 3점슛이 있다. KT는 3점슛성공률 1위(39%)의 팀이다. 전자랜드 또한 2위(36.2%)를 보였으나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오히려 KT가 41.7%의 고감도 3점슛으로 전자랜드를 흔들어왔다.
반면 전자랜드는 35.5%의 3점슛성공률을 KT와 경기에서 보이며 평균 보다 소폭 하락했다. 맞대결에서 두 팀의 3점슛성공 개수도 평균 2개 정도 KT가 앞섰다. 6점 정도는 KT가 외곽에서 치고 나간 셈이다.
특히 KT의 조성민, 김우람, 오용준은 나란히 시즌 3점슛성공률 1~3위를 차지했다. 전자랜드에서는 차바위(8위)와 정영삼(11위)이 이 부문 자존심을 지켰다.
◇전술적 관점
전자랜드는 정영삼과 로드가 어느 정도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앞서 리카르도 포웰의 활약은 필수요소다. 포웰은 평균 18.2점을 넣으며 개인득점 3위를 차지했다. 큰 기복 없이전자랜드의 득점을 항상 이끌어왔다.
다만 정영삼은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는 지난 9일 SK와 시즌 마지막 경기 도중 무릎을 다쳤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외곽에서 포웰의 득점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 게 정영삼의 역할이다. 전자랜드에겐 악재다.
KT는 첫째도 둘째도 조성민이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개인기록면에서는 빼놓을 게 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상대 집중 마크를 피해 던지는 3점슛도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특히 조성민은 지난 1월1일 전자랜드와 4라운드 맞대결에서 4쿼터에만 12점을 폭발하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KT는 승부를 연장까지 가져가며 결국 89-86으로 이겼다.
이는 전자랜드 플레잉코치 이현호가 지난 10일 미디어데이에서 "KT하면 조성민이다. 타짜 경향이 있는 조성민을 꼭 막아야한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10점을 이기고 있다해도 KT와 경기는 불안하다"고 말한 이유다.
또 KT는 최근 전창진 감독이 전태풍을 향해 "자유로운 공격을 많이 하라"는 주문을 했다. 전태풍이 이를 어떻게 수행할지도 주목된다.
◇플레이오프 도전기
프로농구 역대 34번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은 32번 4강에 올랐다. 90%에 달하는 확률이다. 단기전의 묘미이기도 하다. 1차전에서 두 팀은 총력전을 펼칠 기세다.
전자랜드는 플레이오프에 11번 진출해 단 1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아직 챔피언결정전 경험도 없다. 창원 LG의 12번 도전에 이은 최다 도전 횟수다. 정규리그 우승 경험 또한 없는 유일한 팀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전자랜드의 도전에는 많은 관심이 쏠린다.
플레이오프와 인연이 없긴 KT도 마찬가지다. KT 또한 7번의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지난 2010~2011년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4강에 직행했으나 원주 동부에게 결승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정규리그 1위 팀의 자존심이 구겨지면서 통합 우승의 꿈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한편 지난 2011~2012시즌 KT와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경험이 있다. 당시 두 팀은 4차전까지 2승2패로 팽팽했다. 결과는 마지막 5차전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KT가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