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오는 6.4 지방선거는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새누리당과 통합신당의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16일 발기인대회를 갖는 것에 이어 이르면 23일, 늦어도 26일에는 중앙당 창당대회를 여는 일정을 확정했다.
통합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최근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사진)는 12일 "최고 국가 정보기관이 대선에 불법 개입해서 여론을 조작하더니 이번에는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해서 사법체계를 농락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사진=박수현 기자)
김 대표는 "나라를 지켜야 할 국정원이 '나라의 암 덩어리'가 되어 가고 있고, '쳐부숴야 할 구악'이 되어 가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정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국정원 개혁 의지를 국민에게 실증하고,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엄중한 국기문란 사태를 하루속히 수습하시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증거조작 사태와 관련한 국회 정보위원회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과 함께 특검 도입도 요구하는 등 선거를 앞두고 총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으니 이를 먼저 지켜본 뒤 책임의 소재가 있다면 남재준 국정원장 선에서 사태를 매듭짓기를 바라는 눈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대통령께서도 엄정한 수사와 그에 상응하는 사후조치 문책을 강조한 바 있는 만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사전 문책론을 펴기보다는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그 결과를 기다린 후 책임소재에 따라 엄격하게 책임을 논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것이 현재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국정원의 존재 이유라고도 해야 할 대공수사와 정보의 역량이 조작된 증거나 가지고 있을 정도라니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남 원장의 책임이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남재준 책임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은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축소 또는 이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인제 의원은 "사건의 본질은 간첩조작이 아니고 증거조작"이라면서 "그런데 일각에서 간첩조작이라면서 또다시 국정원을 정쟁의 수렁으로 몰고 가며 국정원을 약화시키려고 하고 있다"라고 야권의 공세를 일축했다.
이 의원은 "법원이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니 공소유지를 위해 아마 무리한 작업을 한 것 같은데 어디까지 국정원 관계자들이 책임져야 하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지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가 상당히 악화되고 있는 이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보전쟁을 총지휘하고 있는 국정원을 정쟁에 몰아넣어 흔들려고 하는 것에 대해 우리 당이 아주 신중하게 잘 대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정치권은 지난해 헌정 사상 최초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때처럼 국정원을 옹호하며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새누리당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대치가 재현되는 양상이다.
통합신당 출범으로 지방선거의 구도가 여야 양자대결 형국으로 재편된 가운데 국정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태가 유권자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