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전공의 엇갈린 행보..의료대란 최대변수

입력 : 2014-03-13 오후 6:12:42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의로 의협과의 채널이 재가동된 가운데, 총파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개원의들과 전공의들 간 행보가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일단 막혔던 의정 간 대화가 재개되면서 극적 타협의 불씨는 살렸다.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직면하게 될 여론의 질타는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중재 노력도 양측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정부로서는 출범 이후 첫 전국적 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사태를 막지 못한 궁극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또 오피니언 리더이자 보수세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의사들의 반발이 가져올 전선 이탈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 그간의 강경 대응 방침에서 일부 물러선 것도 이 같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로서도 사면초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 의료계 기득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데다, 내분과 잦은 실수 등으로 신뢰의 위기에도 직면했다. 지난 10일 강행된 전일 파업에서 드러났듯 참여율 또한 예상보다 저조했다. 동력이 떨어지면서 대정부 협상력도 약해졌다. 탈출구를 찾아야 했던 이유다.  
 
이는 믿었던 개원의들의 소극적 동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 의료대란은 동네 병원가로부터 시작된다. 동네 병원들이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다급해진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고, 여기에 전공의들이 파업에 가세하면서 대형병원마저 의료공백을 보이는 일종의 동시 다발적 연쇄현상이다. 외래환자 진료는 물론 응급실과 수술실까지 마비되면서 대국민적 아비규환이 발생하는 재난이다. 
 
◇지난 10일 동네의원 대부분이 정상진료에 들어갔다.(사진=뉴스토마토)
 
그런데 이번 파업의 전개는 이와는 동떨어졌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협이 지난 10일 하루짜리 총파업을 강행했지만 전국 개원가 참여율은 20.9%(복지부 추산. 2만8660곳 중 5991곳)에 불과해,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의협으로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개원가는 이날 일부 휴진, 단축 근무를 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정상진료를 진행했다. 또 휴진 안내문을 붙이지 않은 채 휴진을 한 의원도 있었으며 개인적인 사유 등을 이유로 휴진한 의원도 있었다. 의사면허 취소 등 행정적 처분과 함께 사법 처리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정부에 대한 눈치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후 의협이 ‘하루 8시간, 주 5일 40시간, 환자당 15분’의 진료 준법투쟁에 돌입했지만 이마저도 개원의들의 참여도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기자가 서울 시내 23곳의 병의원을 방문 조사한 결과, 이중 준법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있지 않았다.
 
한 개원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파업에 동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향후 동참 여부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이는 당장 단골환자가 끊기는 경제적 부담에다 정부 압박에 대한 심적 부담, 그리고 집행부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 중환자실의 의료진들이 진료준비에 한창이다.(사진=뉴스토마토)
 
반면 24일로 예고된 2차 총파업에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서울 시내 빅5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잇따라 동참키로 확정하면서 파업 열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들이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며, 예상대로 가결이 될 경우 빅5 대형병원 모두 의료계 총파업에 동참하게 된다. 
 
1차 파업에 동참했던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나머지 대형병원 전공의들도 움직임을 보이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던 의협에 구원이 됐다.
 
전공의들 역시 지난 10일 총파업 참여율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전체 전공의 1만7000여명 중 복지부 추산 총 60개 수련병원 전공의 4800여명만이 동참해 31%의 참여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당초 전공의 비대위가 공언했던 70%와는 한참 동떨어진 수준이다. 
 
초라하게 막을 내릴 것 같던 파업 열기는 전공의들의 집단 가세로 다시 불이 붙었다. 파업 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무엇보다 정부의 강경 대응이 되레 역풍을 불러왔다. 이들은 수련의 단계에 있는 현실적 노고에다 범죄집단으로까지 내몰리자 억눌렀던 분노와 불안이 폭발했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어서 진행되고 있는 준법투쟁에 대한 참여 대신 항의 표시로 검은색 근조 리본을 가운에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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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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