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호 출범 앞두고 고강도 인적쇄신..숨죽인 포스코

입력 : 2014-03-13 오후 3:11:0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권오준(사진)호가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해 출범 채비를 마쳤다. 인사폭풍이 몰아닥치면서 포스코는 그야말로 숨죽이는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5개 주력 상장 계열사 CEO를 전격 교체한 데 이어 이달 11일에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오는 14일에는 나머지 비상장 계열사의 CEO 인사가 발표될 예정이다. 사실상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면적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권 내정자의 강력한 의지가 표현됐다는 설명이다.
 
통상 그룹의 수장이 바뀌면 계열사 CEO들을 비롯해 최고경영진 인사가 뒤따른다. 나름 친정체제 구축이다. 하지만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폭을 조정한다. 반면 이번 포스코의 경우 인사 폭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면서 체질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정준양호와의 결별 선언이다. 
 
또 내부인사 출신인 탓에 그룹 내 이해관계에 얽매여 고강도 쇄신카드를 꺼내들지 못할 것이란 안팎의 인식도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다 본연의 철강 경쟁력을 잃고 좌초하는 터라, 권 내정자로서는 이참에 기본으로 회귀하겠다는 의지도 맞물렸다. 명분 있는 쇄신이기에 폭을 대폭 늘릴 수 있었다는 게 주위의 설명이다.
 
실제 포스코는 정준양 체제 들어서면서 급격한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다 위기에 직면했다. 재무구조도 급격이 악화됐으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업황 침체로만 탓을 돌리기에는 추락의 정도가 심했다. 정치권의 눈치를 계속해서 봐야 했으며, 현대제철의 부상 등 시장의 변화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 모두 포스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는 ‘본연의 경쟁력 회복’과 ‘회장 직속 권한 강화’로 요약된다.
 
최근 수년간 철강업 침체가 지속되면서 포스코의 수익성이 급감한 데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본업인 철강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됐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수익성이 최근 3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011년 5조4677억원이던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2조9961억원으로 폭락했고, 영업이익률도 7.93%에서 4.84%로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시가총액 순위는 6위까지 밀렸으며, 신용등급도 A급에서 BBB급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이를 위해 권 내정자는 포스코의 현행 6개 사업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경영인프라, 재무투자 등 4개 본부로 변경하고, 경영임원수를 절반가량 감축했다.
 
또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분위기를 쇄신시키기 위해 R&D와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임원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조직의 군살은 빼고, 초심으로 돌아가 철강업의 핵심경쟁력은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또 기술통인 권 내정자의 경력과도 맞물려 있다. 결국 기술력만이 경쟁력이며,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철저한 기술 중심의 철학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아울러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업가치경영실’도 회장 직속으로 신설한다. 기업가치경영실은 기존 기획재무부문의 경영전략실의 업무와 인력을 이어받아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할 예정이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만큼 권 내정자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다.
 
기업가치경영실장에는 대우인터내셔널 경영기획 총괄을 맡았던 조청명 전무가 선임됐다. 조 전무는 권 내정자가 포스코 내부 개혁을 위해 추진했던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TF)'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담당했으며, 포스코 그룹 내에서는 대표적인 기획·재무통으로 꼽히는 권 내정자의 최측근이다.
 
이와 함께 사내·외 이사도 대거 교체하는 등 이사회도 새롭게 구성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전임 정준양 회장의 색깔 지우기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룹 전반의 주요 사안들이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이사회 쇄신을 통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내이사의 경우 5명의 사내이사 중 무려 4명이 교체된다. 장인환 부사장을 제외하고 정준양 회장과 박기홍 사장, 김준식 사장, 김응규 부사장은 물러난다. 빈 자리에는 권 내정자를 포함해 김진일 사장, 이영훈 부사장, 윤동준 전무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는 임기가 만료되는 한준호 삼천리 회장, 이영선 이사회 의장과 지난해 3월 김지형 전 대법관 사퇴로 공석이 된 한 자리를 비롯해 총 3명이 공석이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계열사 CEO 인사에서는 실적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지난달 28일 포스코 그룹의 상장 계열사 6곳 중 포스코강판을 제외한 5곳의 CEO가 전격 교체됐다. 포스코강판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결국 실적이 수장의 운명을 좌우했다.
 
포스코캠텍은 김진일 사장이 포스코로 옮기면서 조봉래 포스코 ICT 사장이 선임됐다. 포스코 ICT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포스코엠텍과 포스코플랜텍은 각각 유광재 포스코건설 사장, 이경목 포스코건설 엔지니어링실장이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한편 정준양 회장은 지난 12일 이임식을 끝으로 39년 포스코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 회장은 이임식에서 “어려운 환경에 회사와 여러분을 뒤로 하고 떠나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며 아쉬움을 고백한 뒤 “어려울 때일수록 '감사의 마음'으로 하나 되어 포스코의 DNA가 된 '도전과 혁신'을 이어간다면 당면한 위기를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75년 3월 입사해 제철소 현장에서 분주히 일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9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여러분과 함께 하며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지난 세월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정 회장은 1975년 3월 포스코 공채로 입사해 광양제철소장, 포스코건설 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9년 제7대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이후 2012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11월 청와대의 직간접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정준양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상임고문으로 포스코와의 인연은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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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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