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친노 종북은 통합신당에 합류하지 말라'는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조 최고위원은 발언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국가정체성에 대한 이념이 다른 사람들, 패권주의적인 사람들과 한지붕 두가족이 더 이상 돼선 안 된다. 이대로 가면 '도로 민주당'이 된다"며 "친노 종북 세력은 신당에 따라오지 말라"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최고위원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14일 최고위원회에서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선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자칭 '친노' 중에선 그들만의 친노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하는, 이른바 매노(賣盧)행위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분들이 친노의 패권주의로 치닫는 모습들이 국민들은 상당히 경계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최고위원은 그간 지속적으로 이른바 '친노'세력에 대한 반감을 가감없이 드러내왔다. 자신이 '친노 세력의 희생양'이라는 입장이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도 자신이야말로 '원조 친노'라며, "(지금의 '친노'들은) 계파를 위한, 계파에 의한, 계파의 정치를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같은 당 소속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비난하는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News1
그러나 조 최고위원 발언에 대한 당내 반발은 상당하다. 특히 그가 '친노'를 '종북'과 연계시켰다는 데에 당 내부의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들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대응을 자제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의원은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측은하고 불쌍한 영혼에 그냥 우스울 뿐"이라고 조롱했다.
최민희 의원은 14일 공개서한을 통해 "종북 친노가 무슨 뜻이냐"며 "누가 종북 친노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아무런 개념규정 없이 보수세력의 야권분열 프레임에 빠져 내부분란을 야기하는 이유가 뭐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조경태 최고위원 곁에서 농담조로 "조 최고위원 발언 중 친노 종북이 누구누구냐? 나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비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개회의에서는 종종 조경태 위원과 의견 충돌을 보이던 최고위원들 모두 '무시전략'으로 일관했다.
조 최고위원은 '종북'이라는 용어를 쓴 배경에 대해 <뉴스1> 인터뷰에서 "이석기 제명안을 빨리 처리하면 되는데,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이석기 제명안' 처리와 관련된 당내 유보적인 입장을 거론했다.
그는 이어 "자신들이 종북이 아니면 아닌 것이지 발끈할 게 뭐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형법적으로 모욕죄에 해당한다.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보기엔 참 용쓴다는 생각 뿐"이라고 비꼬며,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