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오는 24일로 예고된 의료계 2차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와 의협이 최종협의 끝에 극적 타협에 도달하면서 의료대란의 가능성은 현격히 낮아졌다.
16일 자정까지 진행된 최종협의에서 양측은 최대쟁점이었던 원격진료제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은 물론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 의료현장의 불합리한 규제 등을 개선하기로 한 데 이어 전공의 수련제도 또한 개선하기로 의견 일치를 봤다.
정부와 의협, 양측 모두 파업에 따른 부담과 득실 등을 고려할 때 한발씩 물러섰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가 그간의 강경 방침을 접고 의협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사태 해결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의협으로서는 정부의 양보를 상당 부분 이끌어 낸 만큼, 1차에 이어 2차 협의 결과물까지 깨며 파업을 강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실제 노환규 회장을 비롯해 의협 집행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일제히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관건은 전공의들의 수용 여부다. 지난 10일 하루짜리 집단휴진으로 진행된 1차 파업 참여율이 당초 예상보다 극히 저조해 파업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잇단 회의 끝에 2차 파업에 동참키로 선언, 의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줬다.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5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일제히 2차 총파업 참여를 결의하면서 의협의 대정부 협상력은 한층 높아졌다. 힘을 실어주며 강력한 우군으로 자리했던 이들이 이번 정부와의 협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총파업의 강행 여부는 판가름나게 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왼쪽)과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이 지난 16일 오후의정 협의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이경화 기자)
일단 전망은 희망적이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17일 오전 의협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의 수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수련환경 개선 등 전공의 비대위 요구안들이 다수 수용됨에 따라 전공의들 독자적으로 총파업을 강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
송명제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선을 다했다. 선택은 회원들 몫"이라며 "정부가 이번 협상에 진정성 있게 임해 전공의 수련제 개선과 원격진료 선 시범사업 시행에 합의한 만큼 회원들도 이를 적극 반영해 투표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의료계의 고질병이었던 수가 부분에 대해서는 "당초 투쟁 목적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2차 총파업 투쟁의 전면 철회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전공의들 기류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복수의 전공의들은 "정부의 입장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명분과 실리에서도 잃은 게 없다" 등의 긍정적 입장을 전했다. 일부 아쉬움 섞인 발언도 전해졌지만 대체적 기류는 정부의 입장 선회를 환영했다.
한 대형병원에서 수련하고 있는 전공의는 "양심과 자존심을 걸고 고생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정부의 그간 발언은 범죄집단으로 비치게 하기에 충분했다"며 "정부의 태도 변화는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정부와의 협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오는 20일 정오까지 실시되는 투표에서, 투표율 상관없이 참여자의 과반 이상이 찬성할 경우 총파업 일정은 전면 철회된다. 반대로 부결될 경우 이전 협의안은 전면 무효화된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파업을 시작할 때는 전체회원 50% 이상 참여에, 50% 이상 찬성이 (가결요건이)지만, 총파업 일정 변경이나 철회 시에는 참여기준 50% 이상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자칫 투표율이 과반이 안 돼 총파업을 철회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