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형 복지 만들려면..인원만 늘리면 된다?

입력 : 2014-03-17 오후 5:43:5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국민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감형 복지를 구현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기껏 내놓은 대책이란 게 앞뒤 따지지 않고 복지공무원만 잔뜩 늘리는 식이라서 주먹구구에 땜질처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대전 시내 주민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생활고 등을 비관한 자살이 잇따르는데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은 누구나 당당하고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의지할 곳 없는 분들은 국가를 비빌 언덕 삼을 수 있어야 한다"며 "올해 3월까지 복지공무원 7000명을 확충하고 앞으로 3년간 추가 증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저소득층을 돌보고 복지실태를 파악할 복지공무원이 적다는 지적이 많았으니 이참에 복지공무원 수를 대폭 늘리면 이른바 '복지 사각지대'가 없어지리라는 인식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복지공무원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 17일 보건복지부와 안전행정부 등에 문의한 결과 전국의 복지공무원 수는 7000여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읍·면·동이 3487개니까 각 읍·면·동에 평균 2명의 복지공무원이 근무하는 셈.
 
그러나 아무리 담당 공무원이 적다고 해도 복지공무원을 한달 만에 7000명, 지금의 두배나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사태에 대한 분석이 한참 잘못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대규모 공무원 신규 채용이 없는 상태에서 복지공무원만 늘리는 것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복지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서 그만큼의 행정 공백이 뒤따른다는 게 문제다.
 
안행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서울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과 현 부총리 발언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행정직 공무원의 복지직 전환을 독려하는 한편 저소득층에 대한 특별조사를 벌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재지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직 공무원이 별도의 인수인계 시간도 없이 당장 직종을 변경하게 되면 그동안 지자체가 추진한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 특히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직종을 변경하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업무 의욕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등을 전공하고 처음부터 복지직을 지원한 공무원도 열악하고 과중한 업무를 못 견디는 마당에 일반직 공무원이 이를 감당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복지시설에서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세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무엇보다 인원만 늘리면 복지 사각지대는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출발한 수박 겉핥기식 복지는 오히려 복지정책의 체감도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공무원 수만 확대한다고 복지전달체계가 개선될 수 없다는 것.
 
현 부총리가 밝힌 복지공무원 증원계획은 읍·면·동 당 2명꼴인 복지공무원 수를 4명까지 늘리는 것. 국가 전체 공무원 수로는 많지만 행정구역별 공무원 증가 폭은 크지 않다.
 
결국 정부는 전체적인 확대치만 가지고 행정력 강화를 홍보할 심산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못 되는 것. 오히려 전체 확대치만 가지고 복지전달체계가 강화됐다고 착각할 수 있어 현장에서의 복지수요는 무시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북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복지공무원 확대는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간 지지부진했다"며 "이제야 인원을 늘린다지만 신규 채용이나 전문성 있는 인력도 아닌 일반직 전환은 오히려 정부가 강조한 복지전달체계를 왜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복지공무원을 7000명이나 늘린다는 구상만 있을 뿐 이들이 써야 할 업무비용과 인건비 등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2011년부터 복지공무원 확대를 추진했는데 지금껏 읍·면·동 평균 0.4명이 늘었다"며 "관련 예산확보, 지자체 조직개편, 전문인력 배치없이 한달새 복지공무원을 7000명 늘린다는 것은 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광역시를 빼고 대부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50%가 안 되는데 무조건적인 복지공무원 확충은 또 다른 재정부족 문제를 부른다"며 "그렇다고 복지공무원에 대한 특별 보조금이나 지원은 현행 법률과 형평성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복지공무원 7000명 증원 방안은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국민중심의 맞춤형 복지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복지직·서비스직 공무원 확충계획에 따른 것이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고 답변했다. 
 
안행부 관계자도 "정부가 지자체의 일반직 공무원에 복지직 전환을 독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자원에 의한 것이지 강제적인 조치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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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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