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토리)통일세, 어디에 쓰실건가요?

입력 : 2014-03-18 오전 8:02:17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또 다시 통일문제가 정치권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영원한(?) 숙제로 꼽히는 통일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원초적인 발언과 함께 수면위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대통령이 직접 통일문제를 챙기겠다고 말하면서 마치 조만간 통일이 이뤄질 것 같은 기분마저 들곤 합니다.
 
그러나 통일은 현실적으로 아직은 멀고먼 얘기인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갑작스런 북한의 체제변화로 생각보다 긴급하게 닥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상황에서는 앞서 언급한것과 같이 '영원한 숙제'로 꼽힐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워낙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비용'의 문제는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과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이 비슷하다하더라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통일비용인데, 그 격차가 워낙 크니 이를 통합하기 위한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말처럼 '대박'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의 지출이 예상됩니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후 20년간 우리돈 약 3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원이 통일비용으로 소요된 것으로 추산되는데, 전문가들 말로는 독일보다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라고 합니다.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수도 있는 것이죠.
 
직전인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세'라는 것을 걷어 통일비용을 모으자고 했던 것도 이런 부담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통일세'는 이후 통일 얘기가 나올 때마다 바늘가는데 실 가듯 공론화의장에 올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드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이겠다고 하자 벌써부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통일세 걷겠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통일세 외에도 국채를 발행하거나 외국에서 빚을 얻어 통일비용을 조달하는 방법도 거론되는데요.
 
오늘은 적어도 통일세를 걷는 방법만큼은 현실적이지 않을뿐더러 논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우선은 현재 거론되는 통일세는 세금(稅金), 조세(租稅)의 성격과 맞지 않습니다.
 
조세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이나 주민들로부터 강제로 걷는 것인데, '필요한 경비'가 얼마인지를 알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막연하게 독일의 경우에 대입해서 3000조원에서 4000조원이 들 거라는 추산만 할뿐이지, 정확하게 얼마의 비용이 언제 어떻게 들지, 어떤 전문가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일 자체가 추상적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답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써야할 돈이 얼마인지 알아야 얼마를 걷어야 할지가 나오는데 써야할 돈 자체를 원천적으로 알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조세는 국가예산과 연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걷은 만큼 사용하는 연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하는데 당장 쓸 돈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안에 반영하기도 애매합니다.
 
세금을 걷기는 걷는데 당장 쓰지 않고 모으겠다는 것이니까요.
 
매년 국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떼어내어 국가가 저축하겠다는 것인데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이것만큼 경제를 위축시키는 일도 없습니다.
 
게다가 세금으로 어마어마한 재원을 조달할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올초 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통일 관련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 응답자는 63%나 되지만, 납부용의가 있는 평균 세금액은 연간 2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갓난아기까지 싸그리 세금을 낸다는 터무니 없는 가정을 하고 5000만명의 국민이 각자 20만원씩을 낸다고 하더라도 10조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천조원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지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40%수준에 달하고, 공공기관부채를 포함하면 65%에 이르는 상황에서 국민부담을 더 높이는 것도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엄청난 복지공약에도 불구하고 '증세 없는 재원마련'이라는 모순적인 조세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일세논의는 불가능이라고 봐야 합니다.
 
또 하나 통일세의 문제는 목적이 없는 목적세라는 점입니다.
 
세금은 사용목적에 따라 '보통세'와 '목적세'로 나뉘는데요.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걷는 대상이 다를뿐 사용목적이 특정되지 않은 세금이 보통세이고, 농어촌특별세나 교육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사용목적이 정해져 있는 세금을 목적세라고 합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교통시설확충이나 에너지자원 관련사업, 환경보전이나 개선 등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농어촌특별세는 농어촌 구조조정자금마련을 위해 마련됐습니다. 교육세 역시 교육재정마련이 목적입니다.
 
통일세는 아직 신설되진 않았지만 통일에 사용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목적세라고 봐야 하는데, 통일이라는 목적이 불명확합니다. 통일 자체가 추상적이라는 겁니다.
 
아직 통일을 어떻게 하게될지, 어떻게 할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필요성에만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정부가 통일방법을 위해 새삼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있지만, 1969년에 창설된(당시 국토통일원) 통일부도 45년간이나 그 해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통일세는 어디에 쓸지 모르는 돈을 걷기 위해 세금을 걷자는 것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당시 한 야당 정치인이 이런 비판을 했습니다. "통일세 걷자는 것은 결혼상대와 맞선도 보지 않은 사람이 결혼할테니 예식장부터 잡아놓자는 주장이다."
 
대단히 공감가는 말입니다.
 
곧 시작될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가 막연히 '대박'을 쫒는 세금으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본 해금강과 구선봉.ⓒ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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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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