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조류에서 개로 이종 감염되는 사례가 국내에서 첫 발견된 가운데 방역당국이 사후관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살처분 등 고병원성 AI 규정은 가금류만 있을 뿐 개는 아직 어떠한 관련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AI가 개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살려둬야 할지 등 사후관리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충남 천안 소재 AI 발생 산란계 농장에서 기르던 개 3마리 중 1마리에서 H5 항체가 확인됐다. 항체가 검출된 개 1마리는 AI 증상없이 항체가 검출, AI 바이러스에 노출됐지만 질병이 발생한 감염상태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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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머지 개 2마리에서는 항원·항체가 없어 개 사이에서 접촉에 의한 전파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에서는 지난 2004년 태국에서 AI에 오염된 오리 폐사체로부터 개가 AI에 감염된 사례가 있었으며, 동물실험에서 개 사이에서 접촉에 의한 전파는 없었다.
방역당국은 일단 사람으로의 감염 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를 접촉해 AI에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일반농가나 가정에서 개에 의한 AI 감염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AI 항체가 검출된 개의 사후관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살처분 등 고병원성 AI 규정은 가금류에만 마련돼 있을 뿐, 아직 다른 가축종에 대한 처리 지침은 없기 때문이다.
AI에 걸린 닭이나 오리처럼 살처분 매몰을 해야 하는지, 별도로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
실제 충남도가 충남 천안에서 AI에 감염된 개를 발견한 직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방역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에 질의했으나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현재 충남도와 천안시는 AI에 감염된 개를 해당 농장 내에 격리조치하고 소독을 강화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방역 규정상 AI 바이러스 항원이 나온 동물은 살처분 해야 한다"면서도 "천안 농장의 개는 바이러스가 나온 것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항체만 형성됐고, 증상도 없는 무증상 감염으로 살처분 여부가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여러 가지 방안을 염두에 두고 현재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개에서 처음 나온 사례여서 (해당 개체의 생사에 대해 결정하기 전에) 일단은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이석 농림축산식품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AI 발생현황 및 대응 상황' 브리핑을 열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