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곽보연기자] "이번 영업정지 기간 동안 휴대폰 판매점들 중 최소 50%는 문을 닫을 거에요. SK텔레콤은 아직 영업이 가능한데도 이미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긴 상황입니다."
LG유플러스(032640)와
KT(030200)가 영업정지에 들어간지 일주일, 휴대폰 판매점·대리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평소 같으면 손님들로 북적였을 용산 휴대폰상가의 일부 매장들은 문을 아예 닫았거나, 평소 4~5명의 상담원이 대기하고 있을 매장에 달랑 두명만 남아 요란한 음악을 틀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7일 찾은 용산 전자상가에서 만난 한 판매점주는 "일반 고객들은 13일부터 이통3사가 모두 영업정지에 들어간 줄 안다"며 "그나마 가끔 손님이 찾아와도 실제 판매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지난주에만 해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3를 30만원선에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80만원선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이통3사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용산구 휴대폰 대리점의 모습.(사진=뉴스토마토)
평소 휴대폰을 바꾸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평일 낮시간임에도 동작구와 서초구의 휴대폰 대리점들은 한산했다. 간혹 영업정지가 시작됐다는 벽보를 붙여놓고 아예 문을 닫은 KT 대리점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편으로는 파손이나 분실 등 영업할 수 있는 분야에 최대한 맞춰 기기변경 고객들이라도 최대한 끌어보려는 대리점도 있었다. 동작구의 한 LG유플러스 대리점 직원은 휴대폰을 바꾸러 온 고객이 기기변경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자 "지금 인터넷 상품을 먼저 가입해 놓고 4월5일 영업정지 기간이 풀렸을 때 다시 오면 인터넷 상품과 연계해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휴대폰 대신 인터넷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SKT대리점이 'SKT만 영업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한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영세 휴대폰 판매점들의 상황은 조금 더 심각했다. 이들은 이통3사의 제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었음에도 고정적인 급여가 없어 힘들다고 호소했다.
한 휴대폰 판매점주는 "직영 대리점들 같은 경우 월급이라도 받겠지만, 우리는 이동통신사나 정부에서도 아무런 피해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며 "더군다나 길가다가 찾아오는 손님보다는 단골 손님이나 미리 가격을 알아보고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보조금이 줄면서 찾아오는 손님도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변 판매점들 중 이미 폐업신고를 한 판매점들이 많고, 대부분의 판매점들이 영업정지 기간 동안의 손실을 감당해내며 영업을 계속하기는 힘들어 도산하는 판매점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시중의 몇몇 휴대폰 판매점들은 장기 휴업에 들어간 곳도 있었다. 경기도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하고 있는 이씨(30세)는 "지금 판매점 사장들은 어쩔 수 없이 휴가기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도 놀러 가신 분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KT가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는 것을 알리는 벽보의 모습(사진=뉴스토마토)
휴대폰 유통업계에서는 영업정지 사태를 초래한 이동통신 사업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영업정지는 이통사들의 다른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며 "판매점들의 피해는 외면한 채 이번 영업정지를 계기로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단통법을 통과시키려는 계략인 것 같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휴대폰 자체가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휴대폰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판매점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용산 남영동의 한 휴대폰 액세서리 판매점은 지난 15일부터 아예 영업을 중단하고 문을 굳게 닫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피해를 입는 대리점, 판매점, 중소제조업체 등 소상인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런지도 의문이다. 미래부는 이통3사에 지속적으로 주력 단말기 일부 물량을 구매하고, 중소 제조업체 단말기를 선구매 하도록 지시했다. 또 대리점에 대해서는 ▲단말채권 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 ▲대리점에 대한 단기 운영자금 지원 ▲매장 운영비용 일부 지원 ▲수익 보전방안 등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