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시대 앞선 선구자 혹은 뒤처진 은둔자

입력 : 2014-03-18 오후 5:13:05
◇가수 서태지(오른쪽)와 서태지의 아내 이은성. (사진=서태지닷컴)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지난 17일, 서태지의 아내 이은성이 임신 4개월째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하지만 ‘신비주의 스타’ 서태지는 여느 연예인들처럼 SNS에 “저 아빠 돼요. 축하해주세요”란 글을 남기거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내와의 러브 스토리를 공개하지 않는다. 기자들과 만나 이러쿵저러쿵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알릴 일은 더더욱 없다. 서태지는 이처럼 데뷔 20년이 넘도록 신비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서태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오랜 시간 그가 보여준 음악적 성취 때문에 ‘문화 대통령’이란 타이틀이 따라붙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지나치게 숨기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서태지는 시대를 앞선 선구자일까, 아니면 시대에 뒤처진 은둔자일까.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음악 욕심 커..불필요한 노출 자제
 
1990년대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봤던 한 가요 관계자는 당시의 서태지에 대해 “연예인으로서 유명세를 치르고 싶어하는 욕심보다는 음악 자체에 대한 욕심이 컸다”며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도 꺼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음악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불필요한 노출을 하지 않아 신비주의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성기 서태지의 모든 활동은 음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서태지는 앨범 활동이 끝난 뒤 다음 앨범 발표까지 일정 기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불필요한 방송 활동을 피하고, 음악 작업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서태지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되는 노래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곡 작업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런 전략적인 선택을 통해 서태지는 대중 음악 시장에서 연예인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현재 가요계엔 가수들이 앨범 활동 후 일정 기간의 휴식기를 갖는 문화가 정착됐다. 쉴 새 없이 활동하는 것보다 이따금씩 휴식기를 갖는 것이 가수의 이미지 메이킹과 앨범 작업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서태지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서태지는 음악적 측면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활동 방식에 있어서도 선구자로서 후배 가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자기 홍보에 소극적..근거 없는 루머 떠돌기도
 
서태지는 자신의 공식 사이트인 서태지닷컴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팬들과 꾸준히 대화를 주고 받으며 쌍방향 소통을 한다기 보다는 일방적인 소통에 가깝다. 소속사 조차도 서태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진 못한다. 비활동기엔 이메일을 통해 소속사와 소통을 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결혼이나 임신 등 서태지의 개인 생활사에 대한 소식은 언제나 깜짝 발표에 가까운 방식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정보가 워낙 없다 보니 자연스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루머들이 떠돌았다. 또 때로는 주변 사람들까지 서태지 관련 루머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이지아와의 이혼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구혜선과 한예슬이 서태지와의 스캔들에 휩싸였고, 심은경은 “서태지의 딸이 아니냐”는 황당한 루머의 주인공이 됐다.
 
서태지의 명확하고 발빠른 입장 표명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서태지는 대중가수로서 갖춰야 할 대중 친화적인 태도와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측면에선 다소 서툰 모습을 보였다.
 
관계자는 “연예 산업이 세분화되면서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홍보팀을 따로 두고 체계적인 홍보 활동을 펼친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사건, 사고에 대해 효율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서태지는 자기 홍보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선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아빠 되는 서태지, 음악 변화 보여줄까
 
서태지는 지난해 12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많이 늦어졌지만 그래도 한국에 정착한 후부터는 나름 음악작업이 잘 돼서 이제 거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야. 그래서 드디어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녹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대략 내년 중후반 정도가 되겠지만 이변이 없는 한 2014년 안으로는 모두 완성된 9집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니 우리 팬들 너무 지쳐서 녹초가 돼 버렸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라"며 9집 앨범 발매를 예고했다.
 
서태지의 9집은 2009년 발매된 8집 이후 5년 만이다. 앨범 발매 예고 후 서태지가 어떤 음악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그가 아빠가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관심사가 생겼다. 아이의 출산이 서태지의 음악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것.
 
실제로 한국 힙합계의 대부로 꼽히는 타이거 JK는 지난 2009년 발표한 노래 ‘축하해’를 통해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세상에 태어난 아들 조단을 환영하는 아빠로서의 마음을 가사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노래엔 조단의 울음 소리와 웃음 소리도 담겨 눈길을 끌었다. 아이와 가족의 존재가 아티스트의 음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서태지는 결혼 후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면서 가족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개인적인 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서태지로서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올해 8월 태어날 예정인 ‘서태지 주니어’가 어떤 식으로든 서태지의 음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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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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