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이지애-최희-박지윤 아나운서(사진제공=KBS, 초록뱀주나 E&M, JTBC)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안방을 박차고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있다. 김성주, 전현무, 박지윤, 오상진, 문지애 등을 비롯해 스포츠채널의 MC였던 최희, 공서영 등도 프리선언을 하고 다양하게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KBS의 대표 얼굴이었던 이지애 아나운서는 지난 18일 사측에 사표를 제출하고 프리를 선언했다. 각 방송사의 아나운서들이 하나 둘씩 안정적인 회사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아나운서들이 많아지고 것일까. 그 배경에는 다양한 방송을 하고 싶은 개인의 욕심과 함께 자유로워지는 업무환경, 경제적인 측면, 소속사의 케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양한 방송을 하고 싶다
아나운서가 방송사에 묶여있는 경우 원치 않는 방송을 회사의 요구로 해야 하기도 하고, 이미지가 굳어지면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나운서들은 독립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하겠다는 목표로 직장을 떠나고 있다. 결과도 좋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아나운서들이 기존 개그맨이나 배우들 못지 않게 활약을 하고 있다.
전현무는 KBS 퇴사후 MBC '나 혼자 산다', JTBC '히든싱어', SBS 'K팝스타3' 등에서 MC로 나서고 있고, 최송현은 tvN '감자별 2013QR3'에 출연 중이다. 박지윤은 JTBC '썰전', Y-STAR '식신로드' 등을 통해 '욕망 아줌마'라는 별명을 얻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상진은 MBC 퇴사 후 다양한 MC를 비롯해 SBS '별에서 온 그대', 영화 '관능의 법칙' 등을 통해 연기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프리랜서로 선언하겠지만 대다수가 기존에 하지 않은 새로운 방송활동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가장 큰 이유"라며 "프리랜서가 되면 아나운서로는 할 수 없었던 예능이나 연기를 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희나 공서영과 같은 스포츠전문채널의 아나운서들 역시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최희는 KBS2 '미스터 피터팬'에 이어 Y-STAR '부부감별쇼 리얼리?'에 이휘재와 함께 공동 MC로 낙점됐다. 공서영은 MBN '세대격돌 대화가 필요해'와 XTM '10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등에 MC로 나선다. 스포츠 현장에서 벗어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스포츠채널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한 한 방송인은 "스포츠채널에 있다보니 다른 방송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았다. 스포츠 방송 외에도 다른 방송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프리를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현무-오상진 (사진제공=MBC, 프레인TPC)
◇업무환경·경제적인 측면 무시 못해
MBC를 퇴사한 김성주는 SBS '힐링캠프'에서 "아나운서 시절 프로그램 출연 수당이 2만원이었는데, 당시 예능인의 출연료를 알고 깜짝 놀랐다"며 금전적인 면이 프리 선언을 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음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아나운서의 방송 출연료는 TV는 2만원, 라디오는 5000원~1만원 선이다. 회당 수 십에서 수백만원을 버는 프리 방송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매달 안정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것 외에는 딱히 장점이 없다는 게 현실이다.
한 방송인은 "고정 MC 하나와 패널 하나만 맡아도 웬만한 월급보다 많이 받을 것이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일해도 더 많이 번다는 것"이라며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들은 일주일 내내 일을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방송인은 방송사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도 프리를 선언하는데 큰 이유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아나운서 문화도 꽤 경직돼 있다. 누가 잘 나가는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심한 곳"이라며 "선후배 간의 문제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직도 큰 불편한 요소다. 개인과 회사마다 다르지만 아나운서들은 많을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숙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집을 두고 회사에서 잠을 자야하는 상황 역시 일주일 내내 바쁘게 방송활동을 하는 아나운서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한 방송인은 "숙직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방송이 많은 건 그렇다치는데 숙직을 하다보면 시간도 많이 뺏기고 지친다. 회사에 너무 구속돼 있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프리하면 케어해 주잖아'
여자 아나운서들의 경우 촬영에 맞춰 의상과 메이크업을 혼자서 처리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방송에 대한 준비 뿐 아니라 개인적인 의상과 메이크업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고 한다.
한 방송인은 "사실 의상이나 메이크업 준비 때문에 방송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소속사와 계약을 맺으면 이 부분이 해결이 된다"며 "방송에 더욱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프리를 선언하고 소속사와 계약했다"고 밝혔다.
머리와 의상, 메이크업으로 인해 뺏기는 시간을 철저한 방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만족감을 준다고 한다.
이 방송인은 "방송에 시간을 더 투자하다 보니, 프리선언을 하기 전보다 방송이 좀 더 늘은 것 같다"고 솔직한 입장을 드러냈다.
◇유정현 (사진제공=tvN)
◇"프리선언 더 많아질 것"
유정현은 지난 1999년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4년 동안 SBS와 전속계약을 맺고 방송활동을 이어왔으며, 이후에는 드라마와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선배 아나운서로서 오랫동안 아나운서들과 교류를 놓지 않은 유정현은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아나운서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이유로 채널의 다양화를 꼽았다.
유정현이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시절만해도 지상파 3사 외에는 딱히 아나운서들이 나설 공간이 없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로 케이블과 종편 등 채널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아나운서들이 활약할 범위도 커졌다.
유정현은 "케이블이나 종편 등 채널이 많아지면서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로 나설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아나운서의 경우 생방송에 다른 연예인들보다 전문성이 뛰어나다. 이름이 알려지고 경쟁력이 있다고 느끼면 프리선언에 대한 욕심이 커질 것이다. 앞으로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최근에 프리선언을 한 방송인 역시 유정현과 비슷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 방송인은 "사실 이름값이 높아지면 '내가 밥 굶어 죽겠어?'라는 생각이 든다"며 "채널이 많고 방송활동이나 행사를 하는 것이 아나운서로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이득이다. 이름이 알려지면 유혹을 강하게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방송인은 "프리를 선언하면서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크게 생겼다. 나를 위해 더 많이 투자하고 노력하고 있다. 돈을 많이 받는 만큼 부담감도 커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