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20일 찬반투표 집계 결과, 정부와의 협의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표 결과, 찬성 62.16%(2만5628표), 반대 37.84%(1만5598표)로 집계됐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의사 회원 6만9923명(시도의사회 등록기준) 중 4만1226명이 참여했다.

 

의협은 정부와의 협의안이 도출된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정오시까지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협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은 강행될 방침이었으나 안팎의 예상대로 가결됐다.

 

이로써 파행 끝에 어렵사리 도출된 의정 협상안은 효력을 갖게 됐다. 의정 합의문에는 ▲원격진료 도입 이전 시범사업을 통한 검증 ▲영리 자법인 설립 등 투자활성화 방안 논의 과정에 보건의료계 참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 변경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의료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안을 변경토록 함으로써 의료계의 숙원인 수가문제 해결에 한발짝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다.  

 

의협은 다만 정부가 합의안을 불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다시 총파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두면서 압박의 수위를 놓지 않았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철저히 지키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며 지켜나갈 것을 간곡하게 촉구한다"면서 "정부가 전문가 단체인 의협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밀고 나간다면 또 다시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투표는 총파업 철회가 아닌 유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또 “의사들은 잘못된 정책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오해와 정부의 강경한 협박도 감수하면서 이번 투쟁에 나섰다”며 명분을 강조한 뒤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염려했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한편 이날 투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정부 측에서 의정 협상안 이행에 대한 답변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협 측이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한 차례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환규 회장은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이 보낸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공개한 후에야 “정부가 협의안에 대해 존중하고 성실하게 실행할 것으로 믿는다”며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마지막까지 신경전은 치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