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4년 전인 2010년 이맘때.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화가 나 있었습니다. 주택 소유자들은 연일 떨어지는 집값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보다 2년 전 부동산 잡기에 올인했던 대통령이 물러나고 건설역군 출신의 대통령을 맞이 했지만 집값은 오히려 더 하락했었습니다. 몇번의 부동산대책을 발표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과 부동산대책으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대세 하락을 막지는 못했죠.
자칭 경제대통령에 실망하고, 집값 하락에 분통이 터진 시장은 거래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던 규제 완화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전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입니다.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DTI규제 완화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결정권자인 금융당국이 금융건전성 제고를 이유로 완화를 허락하지 않았었죠.
뿔이 난 부동산시장은 몇달 뒤 있을 지방선거에서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대패합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3구와 중랑구를 제외한 21개구를 민주당이 싹쓸이했습니다. 경기도 역시 31개 시·군 가운데 21곳을 야권에서 차지했습니다. 인천은 10곳에서 자치단체장을 뽑았지만 한나라당은 옹진군 한곳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부동산 때문만은 아니였지만 어쨌든 결과는 민주당 압승. 한나라당 대패.
선거 후 2개월 뒤 부동산대책이 하나 발표됩니다. 일명 8.29부동산대책. 그렇게 시장이 완화해 달라고 노래를 불렀던 DTI규제가 드디어 완화됩니다. 우스갯소리지만 부동산민란의 성공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요.
8.29부동산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한시적이지만 무주택자 또는 1가구 1주택자가 강남3구를 제외한 9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경우 DTI를 금융회사 자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4년 3월.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DTI규제 완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워낙 길었던 침체 탓에 여전히 배가 고픈듯 합니다.
특히 얼마 전에는 정부가 임대소득에 과세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수도권 집주인들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오는 6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립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또다시 칼을 갈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당시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국토교통부가 완화에 적극적이었던데 반해 현재 정부 관계 기관장들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공공석상에서 여러차례 "DTI 규제 완화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DTI규제방안에 대해 정비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해 시장을 흥분시킨 적이 있지만, 하루 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집값 거품이 더 빠져야 한다는 논리와 집값이 안정 돼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논리가 예전보다 더 첨예하게 맞서는 요즘. 이번 선거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또 그 결과에 따라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선거전을 보는 재미가 하나 늘었습니다. 과연 부동산민란이 또 다시 일어나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