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홍보도 빈익빈 부익부

입력 : 2014-03-22 오후 1:27:56
◇Mnet '위너TV'에 출연한 그룹 위너의 강승윤(왼쪽)과 이승훈. (사진캡처=Mnet)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매년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데뷔하지만, 스타의 자리에 오르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그룹들이 더 많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일단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홍보다. TV, 온라인, 모바일 등 홍보 채널이 다각화되면서 아이돌 그룹의 홍보 방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신인 아이돌 그룹의 홍보에도 힘과 자본의 논리가 작용한다. 대형기획사의 홍보 방식과 중소기획사의 홍보 방식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걸그룹 크레용팝의 경우를 보자. 크레용팝은 지난해 히트곡 ‘빠빠빠’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컴백을 앞두고 있는 크레용팝은 오는 28일 언론 쇼케이스를 열고, 29일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이 자리엔 수많은 팬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용팝은 최근 들어 그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걸그룹이다.
 
하지만 그런 크레용팝도 데뷔 초기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크레용팝은 지난 2012년 첫 번째 미니앨범을 통해 데뷔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대형기획사의 소속 가수가 아니었던 탓에 온라인을 통해 화제를 모으는 것도 어려웠고, 방송 무대에 한 번 설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크레용팝 멤버들은 결국 직접 홍보 활동을 펼쳤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크레이닝복만을 입은 채 길거리로 나섰다. 동대문, 홍대, 강남 등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빠빠빠' 활동 당시 멤버들이 착용했던 헬멧은 충무로 오토바이 골목에서 2만 5000원에 구입했다. 또 '빠빠빠'의 뮤직비디오는 38만원을 들여 소속사 대표가 직접 찍었다. 억대의 제작비를 들여 블록버스터급 뮤직비디오를 찍는 대형기획사의 신인 아이돌 그룹과 비교하면 초라한 홍보 규모였다.
 
반면 대형기획사의 신인 아이돌들은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차원이 다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소기획사의 신인들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위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위너는 Mnet에서 방송된 ‘WIN'과 ’위너TV‘를 통해 데뷔 전부터 TV에 얼굴을 비췄다. 무대 뒤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고, 부모님을 만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을 통해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위너는 빅뱅, 2NE1 등 같은 기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톱스타들의 콘서트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기도 했다. 소속 가수라고는 당장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 그룹 뿐인 중소기획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직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위너는 이미 여느 인기 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WIN'과 '위너TV'를 통해 위너를 알게 된 해외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FNC엔터테인먼트의 엔플라잉도 마찬가지다. 엔플라잉은 소속사 선배 그룹인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의 콘서트 무대에 섰고, 자신들의 데뷔기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tvN ‘청담동 111- 엔플라잉 스타가 되는 길’을 통해 얼굴을 비췄다. 지난 12일 열렸던 이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엔 소속사 대표를 비롯해 씨엔블루, 주니엘, AOA 등 소속 가수들이 함께 참석해 엔플라잉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가요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기획사들의 신인 가수 홍보가 더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추세다. 중소기획사들은 따라갈 수 없는 스케일의 홍보를 보면서 가끔 ‘우리는 어떡하라고?’란 생각을 한다”며 “소속 가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면에서 억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소기획사들은 체계화된 홍보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일부 중소기획사 소속 가수들은 자신이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음원 파일을 첨부해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대형기획사 소속 아이돌 가수들에겐 당연한 듯 느껴질 수도 있는 TV나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도 중소기획사 소속 가수들에겐 엄청난 일이다.
 
또 다른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홍보를 하려고 해도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을 만한 이슈를찾기가 쉽지 않다. 고민 끝에 선정적인 이슈로 일단 얼굴을 알리고 보자는 식으로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홍보가 힘들 경우엔 유튜브와 같은 열린 채널을 통해 소속 가수의 음악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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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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