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갈등, 주총 앞두고 다시 격화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총 최대 고비

입력 : 2014-03-24 오후 4:34:56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금호가(家)의 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오는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 양측은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 매각 방식에 대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1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서 금호가의 갈등이 화해 계기를 맞았다는 섣부른 기대감도 가졌던 게 사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그만큼 양측의 골은 깊었다.
 
박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 2주 뒤인 지난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 회장의 운전기사 A씨와 자사 보안을 담당하는 용역직원 B씨가 박삼구 회장의 비서질 자료를 불법 유출한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하면서 또 다른 화염을 맞았다.
 
이번 주총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측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020560)금호산업(002990) 지분 매각과 함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 문제를 놓고 양측이 물러설 수 없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 매각에 대해 제동을 걸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비롯해 법원에 지분매각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다각도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1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금호산업 주식 전량을 두 차례에 거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총 처분 주식 수는 422만4598주(12.83%)로, 금액으로는 513억2886만5700원(21일 종가기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금호산업 기업어음(CP) 790억원을 출자전환하면서 금호산업 지분 12.83%를 취득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기 때문에 양사는 상호출자 관계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1차로 오는 25일 161만3800주(4.90%)를 총수익맞교환(TRS·Total Return Swap)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다. 상법상 모회사와 자회사가 10% 이상 지분을 상호 보유하면 두 회사 모두 의결권을 상실하기 때문에 오는 27일 주총에 앞서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금호석유(011780)화학 측이 문제 삼는 부분은 금호산업의 지분 매각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상호출자제한 해소를 목적으로 손익을 추후 정산해 주는 파생상품 거래인 TRS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 지분을 넘겨준 뒤 매각 대금을 받되 일정 기간 매수자에게 확정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최소 투자수익과 투자손실은 보전해 주기 때문에 TRS 거래가 진성매각이 아닌 배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TRS 거래가 주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향후 금호산업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주가가 오를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식 매도자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으로선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TRS 매각 방식에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채권단에서 무난하게 승인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번 주총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한편 법률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사 선임에 반대하면 주총장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 될 것"이라면서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양측의 공방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실상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앞서 박찬구 회장은 지난 1월16일 1심 판결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으나 박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며 즉각 항소했다.
 
박 회장은 판결 직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이번 사태의 발단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악연에서 비롯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며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2월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운전기사인 부장 A씨와 자사 보안을 담당하는 용역직원 B씨를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하며 양측의 신경전은 재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회장실 보안용역 직원인 B씨가 금호석유화학 부장 A씨의 사주를 받아 비서실 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냈다고 주장하며 보안용역 직원의 CCTV 영상을 공개하는 등 금호석유화학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모두 잘못을 상대방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어 화해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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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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