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력시장의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상태를 지적하며 경쟁도입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전력산업의 민영화 논란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DI는 26일 '전력수급계획과 발전설비 투자시장의 효율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한국전력(015760)의 독점이 남아 있어 효과적인 시장운영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남일총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겉으로는 전력 외 용량을 거래하는 이원화 된 시장이지만 내용에서는 용량가격의 결정방식이 선진국과 다르고 경제논리와도 무관하다"며 "왜곡된 공기업 지배구조와 비경제적 소매요금 규제로 비효율이 누적됐다"고 말했다.
KDI는 특히 발전시장의 폐쇄적 운영을 꼬집었다.
남일총 교수는 "전력시장에 경쟁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발전설비의 투자 의사결정을 발전업체 간 경쟁에 맡기자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총 설비규모와 발전기종 조합, 투자사업, 사업자 선정을 정부가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에 보고서는 발전설비 투자에 관한 제도를 변경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전력시장의 경쟁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 교수는 "발전시장의 경쟁과 효율성을 높이려면 시장을 경쟁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전력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경쟁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바꿔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전경(사진=뉴스토마토)
그러나 이번 KDI 보고서가 실질적으로는 한전이라는 전력시장의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취지라서 조용하던 전력시장 민영화 논란을 다시 꺼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를 강조하는 흐름과 맞물려 방만경영 해소와 경영구조 혁신을 위해서는 에너지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강연을 통해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과 일률적 요금체계로는 에너지절감과 민간투자를 이끌기 어렵다"며 "전력시장을 한전이 독점해 경쟁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전력시장 개방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KDI 관계자는 "전력시장 개방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발전사의 수익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해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만큼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