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대형, 중견 로펌 5곳에 의뢰해 야당 몫 고삼석 방통위원 후보자의 경력이 사실상 자격요건을 갖췄다는 의견을 받고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 재추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방통위의 의뢰에 따른 로펌들의 의견서를 보면 '긍정 2, 중립 1, 부정 2'로 의견이 갈렸다. 그런데 이는 고 후보자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근무할 당시 맡았던 업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나온 결과다.
고 후보자는 ▲(사)미디어미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및 센터장(5년 10개월)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5년 2개월) ▲국회 방송관련 상임위 보좌관/비서관/입법보조원(6년 9개월) ▲대학교 부설 연구소 상근 연구원(1년 2개월) 경력을 제출했고, 법제처는 이 가운데 미디어미래연구소 경력만 인정했다.
그러나 5곳의 로펌들은 미디어미래연구소 경력은 모두 인정했고, 청와대·국회 경력 등도 대체로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민주당이 고삼석 후보자의 추천 이전에 2개 로펌에 의뢰한 결과도 고 후보자의 경력이 방통위원 자격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사진=뉴스토마토)
고 후보자에 '중립' 의견을 제시한 A로펌은 고 내정자가 청와대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다면 자격 인정이 어렵고, 대학부설연구소 경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 후보자가 당시 방송정책, 방송통신융합 등을 담당했다는 정보가 A로펌에 제공됐다면 '긍정' 의견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로펌은 고 후보자의 국회 경력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며 업무관련성을 인정하는 등 고 후보자의 경력에 우호적인 의견을 보였으나 방통위의 제한된 정보 제공으로 결국 '중립' 의견을 내렸다.
또 A로펌의 '중립'을 인정하더라도 민주당이 2개 로펌에 자문한 결과까지 더하면 고 후보자는 '긍정 4, 중립 1, 부정 2'로 방통위원 자격요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로펌에서 일관된 해석이 나오지 않아 방통위 자체 판단이 어려워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했다는 방통위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미방위 소속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는 국회가 추천한 방통위원 후보자에 대해 권한에도 없는 유권해석 운운하며 입법부의 권한을 능멸하고, 제 무덤을 파는 길을 택했다"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26일 "지금이라도 즉각 방송통신위원 후보자를 임명하라"면서 "오늘부터 시작되어야 할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이 불가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방통위원 지명과 방통위원장 인사청문 요청을 늦게 하고도 일언반구 사과도 없다. 전문성이 전혀 없는 자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모자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인사청문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